그에게 물어보니 먹고 싶은 건 한정식이라 바로 대답했는데 어떤 선물을 갖고 싶은지는 통 대답을 안 했다.
어쩔 수 없지... 그에게 어떤 선물이 필요할지 생각을 해봤는데 바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래서 30대 남자 생일 선물을 검색해보니 명품 지갑이 가장 많이 나왔다.
명품 지갑을 선물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만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기념일 선물로 미뤘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활용도가 높은 선물이 뭘까 고민하다 셔츠로 정했다.
생일 전날 셔츠를 예쁘게 포장하고, 케이크에 꽂을 장식 토퍼와 숫자 초도 준비했다.
그리고 생일 오전에는 내가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초코 생크림 케이크를 사 왔다. 원래는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케이크를 사 가려고 했는데 인기가 많은 케이크라 다 팔릴 수도 있을 거 같아 서둘렀다. 케이크를 사러 가니 마지막 케이크가 남아있었고, 서둘러 사러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약속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우리의 첫 기념일이라 좀 더 신경 써서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그에게도 예쁘게 입고 오라고 했다.
캐주얼하게만 입던 그가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왔다.
정장을 입은 그는 더 멋있었다. 지금 내 눈에는 누더기를 입고와도 멋있어 보였을 거 같긴 하다.
내가 고른 한정식 식당은 열심히 고른 만큼 맛있었고, 그도 흡족해했다.
맛있게 식사를 한 뒤, 케이크에 불을 붙이며 축하를 했다. 룸으로 되어 있는 식당이라 둘만의 생일 파티를 하기 참 좋았다. 그는 초를 끄면서 소원을 빌었고, 무슨 소원인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 소원 안에 나도 있을까? 조금은 기대가 됐다.
생일 선물을 열어 본 그는 셔츠가 정말 예쁘다며 좋아했고, 바로 입어보았다. 셔츠는 그에게 매우 잘 어울렸고, 사이즈도 딱 맞았다. 옷매무새를 다듬은 그가 세상 제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맞춤을 했다.
한정식 식당을 나온 우리는 식당 근처에 있는 청계천을 산책하고 카페에 갔다.
초만 켜고 먹지 않았던 케이크를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나보다 그가 맛있게 훨씬 잘 먹었다.
그가 잘 안 먹으면 집에 가져가라고 하려 했는데 웬걸 작은 케이크긴 했지만 다 먹었다.
어쩌면 이렇게 준비한 내 정성을 생각해 다 먹은 걸지도 모른다.
케이크를 다 먹은 후, 그가 요즘 많이 고민 중인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어하던 상태였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긴 회사 생활과 다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응원과 조언을 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그가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연상 여자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나이와 성숙함이 꼭 비례하지 않지만 나는 나이에 맞는 성숙함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