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어머니의 증세는 단순한 명절 증후군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증세를 자세히 들어보니 예전에 우리 엄마가 겪었던 증상과 매우 흡사했다.
이석증이라는 질환이었는데 그 당시 어지럼증이 심하고, 구토를 해서 뇌질환인 줄 알고 많이 놀랐었다.
뇌 MRI도 찍었었는데 다행히 뇌가 아닌 귀 관련 질환이었다.
이석증은 50세 이상 여성들이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어서 그의 어머니도 같은 질환일 거라고 생각했다.
걱정이 한가득한 그에게 아직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니 미리 걱정하지 말고, 어머니께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그런 얘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얘기해야 했다. 그게 내가 지금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며칠 후, 그의 어머니의 검사 결과가 나왔고, 내 예상과 달리 뇌종양이라고 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병이었는데 내 주위에서 일어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나도 이렇게 놀랐는데 그는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얘기를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고, 나는 마음 약한 그가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이성적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예전에 크게 아파본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 보호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이성적으로 보호자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전화를 끊고 나니 좀 더 그를 위로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음이 쓰여서 그에게 이 마음을 전하며 어머니는 잘 이겨내실 거고, 내가 기도하겠다고 카톡을 보냈다.
정신없는 그에게 내 마음이 잘 전달됐을지는 모르겠지만 고맙다는 답장이 왔고, 나는 매일 그와 그의 어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하루 2~3번 정도의 안부 톡만 오갔다. 그마저도 힘든 그에게 부담이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계속 힘내라는 말만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걱정만 할 수도 없었다.
식사 맛있게 하라는 평범한 인사말도 '잘 자'라는 말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톡을 보내기 전 몇 번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냈고, 그에게 답장이 오면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다.
혹시 내 톡이 성가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라도 그를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내가 찾은 답은 묵묵히 곁을 지키며 언제든 그가 기대고 싶을 때 어깨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마음이 그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던 걸까?
그의 어머니의 수술 이틀 전, 그에게 생각지 못한 장문의 카톡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