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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Oct 24. 2021

전혀 생각하지 못한 위기가 찾아오다.

그의 어머니의 증세는 단순한 명절 증후군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증세를 자세히 들어보니 예전에 우리 엄마가 겪었던 증상과 매우 흡사했다.

이석증이라는 질환이었는데 그 당시 어지럼증이 심하고, 구토를 해서 뇌질환인 줄 알고 많이 놀랐었다. 

뇌 MRI도 찍었었는데 다행히 뇌가 아닌 귀 관련 질환이었다. 

이석증은 50세 이상 여성들이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어서 그의 어머니도 같은 질환일 거라고 생각했다.

걱정이 한가득한 그에게 아직 추가 검사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니 미리 걱정하지 말고, 어머니께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할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그런 얘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얘기해야 했다. 그게 내가 지금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며칠 후, 그의 어머니의 검사 결과가 나왔고, 내 예상과 달리 뇌종양이라고 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병이었는데 내 주위에서 일어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나도 이렇게 놀랐는데 그는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얘기를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고, 나는 마음 약한 그가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이성적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예전에 크게 아파본 경험이 있어서 누구보다 보호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이성적으로 보호자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전화를 끊고 나니 좀 더 그를 위로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음이 쓰여서 그에게 이 마음을 전하며 어머니는 잘 이겨내실 거고, 내가 기도하겠다고 카톡을 보냈다. 

정신없는 그에게 내 마음이 잘 전달됐을지는 모르겠지만 고맙다는 답장이 왔고, 나는 매일 그와 그의 어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하루 2~3번 정도의 안부 톡만 오갔다. 그마저도 힘든 그에게 부담이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계속 힘내라는 말만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걱정만 할 수도 없었다. 

식사 맛있게 하라는 평범한 인사말도 '잘 자'라는 말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톡을 보내기 전 몇 번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냈고, 그에게 답장이 오면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다.

혹시 내 톡이 성가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라도 그를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지금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내가 찾은 답은 묵묵히 곁을 지키며 언제든 그가 기대고 싶을 때 어깨를 내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마음이 그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던 걸까?

그의 어머니의 수술 이틀 전, 그에게 생각지 못한 장문의 카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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