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리골드 Oct 24. 2021

앞으로 우리의 연애는?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기 어려울 거 같아 톡으로 보낸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별을 통보했다. 

진로로 고민이 많던 그에게 어머니의 병환까지 겹쳐 아주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결과가 나와의 이별이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로 답장을 보내는 건 무리인 것 같아 울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써보았고, 줄이고 줄여서 이렇게 보냈다.

'어제 톡보고 많이 놀라서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답장이 늦었어. 진로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어머님까지 갑자기 큰 수술받으시니 얼마나 더 힘들지... 힘든 자기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싶었어. 근데 지금 자기한테는 나 자체가 부담이 되는 거 같네. 그래도 힘들 때 곁에 누군가가 필요하잖아.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 줘. 기다리고 있을게. 나도 내 할 일 하면서 지낼 테니까 부담은 안 가졌으면 좋겠어. 내일 어머님 수술 잘 되시기를 기도할게.'


얼마 후, 숫자 1이 없어졌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고마워.. 미안해..

단, 여섯 글자였지만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말이었고 그 의미를 찾아야 했다. 

한참을 생각한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고마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내가 해석한 의미가 맞다면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연애 당사자는 객관적이지 못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답장을 보낸 그가 아니라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그 의미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이 여섯 글자가 어떤 의미일지를 물어봤고 놀랍게도 지인들의 해석은 일치했다.

'고마워. 미안해. (기다리지 마)'

나와 상반되는 해석이었지만 곱씹어보니 맞는 것 같았다.

만약 연락할 생각이 있었다면 '고마워. 나중에 연락할게.' 이런 식으로 답장을 보냈을 것이다.

혹시 '미안해서 기다려달란 말을 차마 못 했던 건 아닐까?' 아니면 '나의 마음이 담긴 톡을 보고 마음을 돌리진 않았을까?' 생각했던 건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그의 확고한 마음을 확인하니 또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밉지 않았다. 많이 짠하고, 안쓰러웠고, 계속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내가 곁에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싶었는데... 

그의 확고한 마음을 확인하고 나니 내가 너무 보호자의 역할만 강조하고 그가 얼마나 힘들지 공감해주고, 위로해주지 못했던 건 아닐까 자책했다.

계속 슬퍼하는 내게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너에 대한 그 사람의 마음은 거기까지였던 거야. 그러니 빨리 잊어!'

맞는 말이었지만 우리가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 이별을 받아들이기 더 힘들었다. 


청승맞게 보이겠지만 이별 통보를 받고도 나는 그의 어머니의 수술이 잘되길 바라며 기도했다.

그 기도가 통했는지 생각지 못한 그의 연락이 왔다.

내가 걱정할 거 같아서 연락했다며 어머니 수술 잘되었다고,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어머니의 수술이 잘된 건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끝인 줄만 알았는데 그에게 연락이 오니 연락한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다.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좀 더 객관적인 해석이 가능해졌다.

나의 성격을 아는 그가 진짜 내가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 같아서 수술 결과를 알려준 것이고, 기도한다는 나의 말에 고맙다고 인사를 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떻게 답장을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수술 잘돼서 정말 다행이고 어머니 잘 케어해드리라고 짧게 답장을 했다. 그 후 그에게서 더 이상 연락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 상태가 좋아지시면 연락이 오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하며 기다렸었다.

시간이 더 흐른 지금은 내 생활에 집중하며 그를 지워가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갈 걸 잘 알고 있지만 가끔 눈물이 난다. 아직 나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어쩌면 한참 후에 연락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와 다시 함께할지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부디 그 길이 꽃길이길 바란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한 나의 연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전 10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위기가 찾아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