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리골드 Oct 23. 2021

분명 전에도 와봤던 남이섬이었는데

그와 첫 여행으로 남이섬을 가기로 했다. 

그와 함께 하는 처음이 많았지만 여행은 뭔가 더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전과 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속눈썹 연장도 하고 그를 만나러 갔다.

먼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던 그가 놀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오늘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왔어? 다른 사람 같아!"

그가 알아봐 주니 한껏 꾸미고 온 보람이 있었다. 

곧바로 장소를 이동하려고 택시를 탔는데 앉자마자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 안 보고 싶었어?"

진짜 못 말린다. 이런 게 연하남의 매력인가?


점심을 먹고 오늘의 메인 장소인 남이섬으로 향했다.

남이섬에 도착한 우리는 어떻게 남이섬을 돌아보는 게 좋을지 상의했고,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는 1인용, 2인용이 있었는데 각각의 장점이 있어서 고민하다 서로 마주 보며 탈 수 있는 1인 자전거를 택했다. 

1인 자전거를 탄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잘 타는 편이어서 그와 속도를 맞춰 마주 보며 탔다. 그런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자기한테 오늘 또 반했어. 자전거 타며 머리 휘날리는 모습이 섹시해!"

내가 운동 신경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스타일인데 의외로 자전거를 잘 타서 반전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처음에는 그가 리드하는 길로 내가 따라갔고, 중간부터 내가 리드하는 길로 그가 따라왔다.

그가 리드했던 길보다 내가 리드하는 길의 풍경이 더 좋자 그가 말했다.

"자기가 가는 길로 따라가니 복이 오는 것 같아!"

"그니까 앞으로 나만 잘 따라와!"

분명 이전에도 몇 번 와봤던 남이섬인데 이런 풍경이 있었나 새로웠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남이섬을 어느 정도 둘러본 우리는 잠시 쉬기로 했다.

벤치에 내가 먼저 앉자 그가 내 다리를 베고 누웠다.

그 순간 우리 둘만의 로맨스 드라마를 찍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셀카를 찍은 후 남이섬을 빠져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남이섬에서 함께한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저녁은 펜션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장을 보고, 그가 예약한 펜션에 도착했다. 

내가 원하던 펜션이 아니었으나 얼마 전 에버랜드 셔틀버스 사건을 기억하며 티를 내지 않았다.

이번 여행 계획은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고, 내가 원하는 숙소 스타일이 있었으면 먼저 말했어야 했다. 

이건 실수도 아니고, 그가 고민해서 고른 펜션일 테니 그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했다. 

그리고 다음에 여행을 할 때는 함께 숙소를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티비를 보며 잠시 쉬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식사 준비는 내가 했고, 그는 고기를 구웠다. 

여행 계획을 짤 때 고기를 잘 굽는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잘 구울 줄은 몰랐다.

고깃집 직원처럼 맛있게 잘 구웠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가 정리했다. 

분리수거까지 완벽하게 하는 그를 보며 만약 우리가 결혼하게 된다면 내가 요리하고 뒷정리는 그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복했던 여행을 마친 우리는 다른 기차를 타야 해서 기차역에서 인사를 나눴다.

서로 아쉬운 눈빛을 가득한 채 뒤돌아서려는 순간 그가 나를 번쩍 안아 들어 올렸다.

어머, 이게 무슨 상황이지? 너무 놀란 나는 그대로 얼어 불었고, 불현듯 얼마 전 함께 봤던 연극의 엔딩 장면이 생각났다. 

젊은 연인들만 할 수 있는 포즈라고 생각해서 상상조차 못 하고 부럽기만 한 포즈였는데 그가 실현시켜 줬다. 

어제는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오늘은 제일 설레는 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잠시 후, 마스크 위로 가볍게 뽀뽀한 뒤 그가 나를 내려줬다.  

이전 06화 그와 함께 간 꿈과 환상의 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