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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Oct 24. 2021

우리의 새로운 데이트가 계속될 줄 알았는데...

이번 데이트는 영화를 보고, 망원 한강공원을 가기로 했다.

영화 보기는 만남 초반에 많이 하는 데이트인데 우리는 좀 늦게 함께 영화를 보게 됐다.

황정민 주연의 '인질'을 보기로 했고, 이번 영화는 그가 골랐다.   

영화 보기 전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와 나는 다 잘 먹는 편이어서 메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오늘은 인기 많은 일본 가정식 식당을 가기로 했다. 웨이팅이 있을까 봐 살짝 걱정했는데 딱 우리가 들어간 후 다음 사람들부터 웨이팅이 시작됐다.

오늘 데이트의 시작이 좋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저번에는 그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오늘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내가 멋있다고 했다. 남자 친구에게 예쁘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긴 했지만 멋있다는 말도 못지않게 기분이 좋았다.   

다음 데이트는 호캉스를 가기로 하고, 피카디리 CGV로 향했다.


영화를 보려고 오랜만에 종로 3가에 오니 예전 생각이 났다. 내가 학생 때는 지금처럼 동네마다 극장이 있지 않았고, 번화가에만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피카디리나 서울극장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단성사로 영화를 보러 왔던 기억이 나 그에게 얘기했더니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괜히 말 꺼냈다.

잠깐 정적이 흐른 후, 눈치를 챈 그가 '아... 그랬었던 거 같다.' 라며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극장에 들어가니 바로 의자들이 있었고, 그가 잠깐 앉자고 했다. 그가 먼저 앉고 나는 그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그가 말했다.

"의자 말고, 여기!"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몇 번 겪었는데도 그의 돌발 행동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웃긴 건 당황은 하지만 그의 말을 곧잘 듣는다는 것이다. 나는 바로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는 내가 예상보다 가볍다고 말했고, 나는 힘주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괜찮으니까 힘 빼고 편히 앉으라고 해서 편하게 앉았더니 그가 말이 없어졌다.


영화를 보고, 망원 한강공원을 가려고 했는데 잠원 한강공원이 더 가까워서 목적지를 바꿨다.

화창한 주말 오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았다. 공원을 한참 걷는 중 그가 내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가방이 그리 무겁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는데 계속 들어주겠다고 해서 그에게 가방을 맡겼다.

가볍게 한강 공원을 걷는 사이 해가지기 시작하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고, 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봤던 같은 풍경인데 오늘 더 예뻐 보였다.

한강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가 원하는 호텔로 예약하라며 가방에 돈을 넣어놨다고 했다.

'아, 그래서 무겁지 않은 가방을 굳이 들어주겠다고 했구나.'

낮에는 장난꾸러기 같던 그가 저녁에는 어른스럽다고 느껴졌다.


얼마 후, 우리는 내가 고른 호텔로 호캉스를 갔다.

원래 점심을 함께 먹고 호텔에 가려고 했는데 추석 때 친가를 다녀오시느라 고생하신 그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을 모셔다 드리온다고 해서 시간을 늦췄다.

우리는 만나서 바로 입실했고, 호텔은 생각만큼 좋았다.

이렇게 좋은 호캉스를 데려와 준 그를 위해 나도 뭔가 해주고 싶어서 요즘 부쩍 피곤해하던 모습이 생각나 짜 먹는 홍삼을 준비했다. 홍삼을 받고 좋아하는 그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티비를 보며 쉬다가 호텔 내 베이커리에서 빵과 케이크를 사 와 룸에 있던 드립백 커피와 맛있게 먹었다.

해질 무렵에는 한강뷰를 보면서 족욕도 하며 호캉스를 즐겼다.

그리고 다음날,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그의 집에서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러 잠시 나갔다 온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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