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생각나는 밤

#2

by 마릴라 Marilla


인사도 하기 전에

당신은 저만치 멀어졌네요


기다리는 나는

발을 동동거리며 아쉬워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스치지 않고

만날 수 있을까요?


<제목-가을>




여름이 지나간 건 알겠는데 가을이 왔는지는 모를, 초겨울 날씨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고 새벽에는 이불속에서도 한기가 느껴져 가을이 머물지 않고 간 기분이다.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드는 저녁, 강의를 기다리는 시간에 감성에 젖어 어플 속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가을이 스치고 지나간 느낌이야.”


참 예쁜 말이라고 친구가 답했다. 쓸쓸한 기분인지 따뜻한 여운이 남은 느낌인지 묻기에

“차고 쓸쓸하지. 아직 인사도 못했는데 저만치 가잖아.”라고 말했다. 내 마음이 시 같다는 말에 내 표현을 연결해 짧은 시를 짓고 제목을 붙였다. 지금 계절과 내 마음이 표현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가을엔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 시, 편지가 떠오른다. 은은한 조명아래 따뜻함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두고 짧은 편지나 시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일 당장 눈이 내려도 어색할 것 같지 않은 날씨여서 미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계절의 뒷모습을 보는 내 마음의 아쉬움을 가득 담아 어딘가로 보내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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