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추억을 회상하는 일이 잦아졌다. 추억은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되지만, 뒤를 자꾸 돌아본다는 것이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다. 물론 후회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선택지이지만, 추억에 얽매여 사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다. 옛날 노래, 옛날 영화, 옛날 감성에 취하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러다 보면 문득 세월에 따라 변화한 나의 성향과 성격이 느껴진다.
현실에 대한 답답함, 미래에 대한 불안함, 인간관계 속의 어려움 등 복잡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나를 자책하게 되고 스스로를 비난하게 된다. 자존감이나 자존심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존감을 올려야 한다는 것보다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반성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마음이 복잡하고 이런저런 잡생각이 뇌를 지배한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고, 부모님의 안 좋은 건강은 그러한 마음을 증폭시킨다. 억지로 기운내기보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택했다. 내가 부족한 점을 스스로 알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한다.
1. 게으름
지독하게 게으르다. 어릴 때부터 늘 게을렀던 것 같다. 정리되어 깔끔한 방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늘 정리해 주시던 것이 익숙해져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 게으름은 성격마저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재단하여 효율성을 따진다. 모든 것에 효율성을 따지지는 않지만, 생활 에너지에 있어 늘 그렇다. 나이가 들어가며 깨닫는다. 사소한 습관, 정리정돈, 샤워, 시간약속 등이 꼭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에 대한 태도라는 것. 그 태도가 변화시키는 삶이란 엄청나다는 것. 변화하기 위해 매일 나와 사소한 약속을 한다. 일어나면 이불 정리하기, 스트레칭 10 분하기, 손톱 자주 깎기, 약속 늦지 않기 등. 노력을 하다 보면 어느새 조금은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가끔 덜 게을러 보이는 나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2. 오만함
어릴 적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똑똑하다는 것은 게으른 성격과 시너지가 나면 위험하다. 오만함을 낳기 때문. 오만할 정도로 절대 똑똑하지는 않았다. 살다 보면 재능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이 들곤 했다. 지금은 재능의 기준이 바뀌었다. 재능을 재능이라 생각하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 그것을 재능이라 생각한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 한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니까. 나에게 없는 재능을 가진 자를 시기, 질투하지 않고 동경하려 한다. 굳이 따라 하려 하지는 않고,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3. 내로남불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내로남불이다. 단어 자체가 비열하고 야비한 기분이 든다. '내가 만약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으면, 무조건 독립운동을 했을 거야.'라는 이상적인 정의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에게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뾰족한 가시 같은 말이다. 그럼에도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은 내게 이중적인 면이 있다는 것. 겉으로 보기에 유연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내가 이기심을 보이는 이중성을 띌 때,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것이다.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라는 명제로 합리화하고 싶지는 않다. 평소에 다정해 보이는 사람의 이중성을 볼 때 실망감은 배가 될 테니. 완벽하게 살아갈 수는 없지만,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남에게 실망을 주며 살아가진 않으련다.
4. 착한 사람 콤플렉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모진 말을 하지 못한다. 거절할 때 거절하고,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지 못하면 회피하게 된다. 그 회피는 상대로 하여금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한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 좋은 척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싫었던 것이다. 그런 행위에 대해 상대방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이 착하다는 틀에서 벗어나 이기적인 사람임을 인정해야 한다. 착한 사람보다 담백하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5. 절제력
절제력이 부족하다. 술에 취하면, 다음날 힘들 것을 알면서도 더 마신다. 내 몸은 그리 강하지 않다. 다음 날에 영향이 갈 정도의 일은 애초에 차단해야 한다. 그래서 술을 자주 마시거나, 몸에 무리 가는 행동들을 아예 피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때때로 술자리가 있을 때 어김없이 반복된다. 맺고 끊음을 잘 못하는 성격을 정이 많다는 성격으로 미화시키지 말자.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6. 회피
마음의 병이 생긴 이후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부터 차단하고 도망치는 방법을 택했다. 지인들의 전화나 연락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안 이후로, 자기 연민에 빠져버렸다.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은 모든 행동을 합리화시켰다. 내가 피해를 주지 않을 테니, 나를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어줘. 이러한 마음은 분명 나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평생 아프진 않을 것이다.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천천히 보답하며 살아가야 한다.
단점을 더 늘어놓으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여기서 마무리해보려 한다. 더 쓰다간,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질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저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평범한 행복을 느끼며, 평범한 아픔을 겪고 싶다. 어차피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 평범함을 위해 결핍을 메우는 정도의 준비는 해야겠다.
틈은 결핍이 아닌 기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