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또, 추억을 입는다
마림(眞林)
계절을 입는다
그 계절은, 가을이었다
브라운 셔츠를 입는다
밤바람이 차가워
미리 따뜻함을 입는다
괜히 책을 고른다
텅 빈 마음으로
글씨가 따뜻한 책을 입는다
커피를 걸친다
괜히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가
아직 속이 뜨거워
이내 후회한다
단풍을 입는다
빨강, 노랑, 초록은
이상적으로 조화롭다
그 메마른 화려함을 입는다
괜히 또, 추억을 입는다
지나간 계절의 떨어진 낙엽
그리운 그 시절의 당신,
가여운 그 시절의 나
가을아,
조금만 천천히 가줘
잃어가던 것,
붙잡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