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괜히 또, 추억을 입는다

by 마림

괜히 또, 추억을 입는다


마림(眞林)


계절을 입는다

그 계절은, 가을이었다


브라운 셔츠를 입는다

밤바람이 차가워

미리 따뜻함을 입는다


괜히 책을 고른다

텅 빈 마음으로

글씨가 따뜻한 책을 입는다


커피를 걸친다

괜히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가

아직 속이 뜨거워

이내 후회한다


단풍을 입는다

빨강, 노랑, 초록은

이상적으로 조화롭다

그 메마른 화려함을 입는다


괜히 또, 추억을 입는다

지나간 계절의 떨어진 낙엽


그리운 그 시절의 당신,

가여운 그 시절의 나


가을아,

조금만 천천히 가줘


잃어가던 것,

붙잡을 수 있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