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낯선 곳에 나를 데려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익숙함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몰랐다

by 마리



시끌벅적했던 그 카페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자주 가던 스타벅스도 아니었고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랜드도 아니었다. 그날 만난 지인이 이 구역에 몇 곳밖에 없는 카페라고 알려주었다.



카페 안은 깔끔했고 사람도 많이 없었다. 큰 통유리 옆 소파는 넓고 푹신푹신했다. 오래 수다 떨기 딱 좋은 곳이었다. 가격에 비해 커피양이 엄청났다. 반은 남길 줄 알았는데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라지 사이즈 커피잔이 비어있었다.




바로 앞에 앉아있는 지인이 열심히 하는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 있는데 갑자기 "내 하루"가 머릿속에 스치듯 지나갔다.







혼자서 무엇을 해 나간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기한도, 마감일도 없다. 누가 시키는 일도 아니고 안 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진행하다 중간에 뭔가 "삐끗"하면 나도 "삐끗"해져 버렸다. 중간에 멈춰버렸다.





이렇게 계속 가도 되는 걸까?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맞는지 아닌지 방구석에서 애타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꼭 나 혼자 산다의 주인공의 모습을 몰래 엿보고 있는 것처럼 나타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도 안한채 멍 때리며 컴퓨터 전원을 키는 내 모습이 보였다.



처음 가보는 그 낯선 카페에서 그랬던 나의 하루와 순간들이 계속 떠올랐다. 지인은 아마도 본인의 이야기에 내가 열심히 경청을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누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해왔었다. 그것에 대한 보상은 한 달에 한 번씩 주어졌다. 그 보상은 뿌리치기 힘든 것이었고 미래를 위한 안전장치였다.



이제는 보상도 안전장치도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계속 가도 괜찮은 걸까? 같은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하다 보니 더 이상 나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슬펐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암담했고 도망치고 싶었다.







지인이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동안 기회가 없다고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던 내가 보였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카페에서 집에서의 나의 하루가 눈에 그려졌다.



기회가 없다고 생각할 만큼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는 않았다. 빨리 눈에 보이는 보상이 있기를 바랐고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은 욕구만 앞서 있었다.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 이제 출구는 없다며 단념해버리고 있었다. 익숙한 곳을 떠나보니 그런 생각 속에 갇혀있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카페에 가서 누군가를 만나 오랜만에 대화를 나눈 것은 어마어마한 자극이었다.



익숙한 곳을 떠나보니 그런 생각 속에 갇혀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멈췄던 일들을 다시 시작하고 이어나가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낯선 곳에 나를 데려가 줘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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