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동네 뒷산을 오르는 이유

걷기, 최고의 힐링 솔루션

by 마리


"산이나 한번 가볼까?"


창밖을 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밖에 나가도 가 있을 곳이 없었다. 어쩌다 한 번씩 카페에 가는 게 쉼이고 힐링이었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되자 정말 갈 곳이 없었다.


어디 갈만한 곳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동네 뒷산이 생각났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산이 있었다.




햇빛이 비추던 어느 오후였다. 운동화를 신고 물통을 챙겨 산으로 향했다. 그날은 어디든 가야만 했다.

보도블록을 벗어나 오랜만에 산 입구에 도착하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렸다. 흙 위를 조심히 밟으며 걷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 보았다. 갑자기 흙냄새가 코끝에 가득했다.


흙냄새가 이렇게 좋은 향이었던가? 오랜만에 맡아보는 정겨운 향이었다.


다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동네 산은 그리 높지 않아서 금방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산을 오르니 금방 숨이 찼다. 헉헉 거리며 높은 계단을 오르자 허벅지가 타는 것 같았다.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등에 땀도 찼다. 계단 끝까지 올라가자 목이 타들어갔고 집에서 챙겨 온 보리차를 얼른 꺼내 마셨다.


물맛이 이렇게 맛있었던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가빠진 숨을 고른 후 다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건조했던 눈이 시원해지고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이후, 오후가 되면 무조건 산으로 향했다.


날씨가 영하 10도로 떨어진 날도, 눈이 온 다음날도 산에 갔다. 귀마개와 장갑을 끼고 완전 무장을 한채 집을 나섰다. 예전에 회사에서 등산을 간다고 해서 사둔 등산화가 있었다. 운동화 대신 등산화를 신으니 산길을 걸을 때 발이 훨씬 편했다.





걷고, 또 걷다 보면 혼자 마음속으로 고민했던 일들이 어느새 저 멀리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산을 한 바퀴 다 돌고 내려올 때쯤이면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던 일들도 왠지 가능할 것처럼 느껴졌다.


산에 오르기 전과 내려올 때의 기분은 확연히 달랐다.




이제는 산을 오르는 게 하루 일과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하루라도 산에 안 가면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이다.


생각들에 짓눌려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 때면 무조건 산으로 가서 걷는 게 최고의 솔루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기 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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