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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13. 2021

주말을 홀로 보낸다는 것

"이번 주말에는 뭘 하지?"


아무 약속도, 계획도 없는 주말이 드디어 왔다.


이사를 온 후 처음 몇 주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미리 잡혀있던 개인적인 약속들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갔고 돌아오면 깜깜한 밤이었다.


토요일, 일요일을 밖에서만 보내고 월요일에는 다시 출근을 했다.


정신없이 일주일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문득 혼자 있고 싶어 졌다.


그리고 얼마 전, 그렇게 바라던 아무 계획 없는 주말이 드디어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을까, 생각하다 오랜만에 서점에 가고 싶었다.

빵이랑 커피를 먹고 샤워를 한 후 지하철을 타고 혼자 서점으로 향했다.


이른 오전이라 그런지 서점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자리가 넓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시키고 서점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아, 마음이 살짝 설레었다.






에세이 코너를 돌며 내 마음을 토닥여 줄 것 같은 제목의 책을 몇 권 골라서 맡아놓은 자리로 왔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술술 읽히는 책이 읽고 싶었다.


빵빵한 에어컨 때문에 실내가 춥게 느껴졌다. 다행히 얇은 재킷을 챙겨 와서 얼른 옷을 꺼내 입었다. 이제야 살 것 같았다.


골라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풀리지 않는 여러 질문들에 대해 답을 구하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는 고팠지만 밥을 먹기 위해 자리를 오래 비우고 싶지 않았다. 근처 마트로 달려가 바로 먹을 수 있는 그래놀라 바를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버렸다.


그리고 책 읽던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다 되어있었다.


더 있을까? 살짝 고민하다가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건물밖에 나오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 어떡하나, 우물쭈물거리다가 지하에 있는 마트로 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케일 주스를 해 먹고 싶어서 케일을 몇 봉지 사고 간식거리도 샀다.


밖에 나오니 비는 이미 그쳐있었다. 다행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고 방금 사온 케일에 사과를 갈아 주스를 만들었다. 부모님 집에 있었다면 엄마는 절대 과일을 갈아먹지 말라고 하셨을 것이다. 혼자 사니 내가 먹고 싶은걸 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갈증과 배고픔을 한 번에 없앨 수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열려있던 창문을 닫고 방에 누웠다.



이젠 뭘 하지?



시계를 보니 오후 6시밖에 되지 않았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스르륵 눈이 감겼다.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을까?


다시 눈을 떠보니 밤 9시였다.



깜깜한 밤이었다.





일어나기 싫어서 바로 옆에 있던 리모컨으로 티브이를 켰다.

마침 최근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드라마가 거의 끝나 갈 무렵 다시 잠이 쏟아졌다.


잠결에 겨우 리모컨을 집어 들고 티브이를 껐다.


하루 종일 혼자 있고 싶었는데, 그렇게 바라던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했던 하루였다. 그래서 기억에 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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