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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ug 17. 2021

독립 후, 주말마다 집에 가는 이유


일요일 오전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문득 "집"에 가고 싶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그리웠다.



하지만 내일이면 출근을 해야 했다.

어떡하지? 시계를 보니 오전 7시였다.






  

이사를 온 후 처음 몇 주는 독립한 이곳에서 주말을 홀로 보내는 게 설레었다.


오전에 일찍 일어나 집 청소를 대충하고 글을 쓰거나 집 바로 뒤에 있는 산을 올랐다.

주중에는 못 가졌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봤고 텅 비워져 있던 냉장고는 꽉 차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요리도 하고 이쁘게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도 올릴 계획이었다.






회사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하면서 주말에 혼자 집에 있기가 싫어졌다.


요리를 할 마음의 여유도 전혀 생기지 않았다.


밥을 차려먹는 것 자체가 일처럼 느껴졌다. 샐러드 해 먹으려고 사둔 야채는 냉장고에서 어느새 썩어 있었고 과일도 빨리 먹지 않으니 곰팡이가 펴있었다.


퇴근 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복잡한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늦은 밤까지 티브이만 보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다.





부모님이 계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일요일이라서 망설여졌다.


그런데 잠깐, 내가 사는 곳에서 부모님이 계시는 집까지는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면 두 시간 안에는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왜 집이 멀다고만 생각했을까?



해외에 살 때는 집에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가 없었다.

집은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고 싶어도 아무 때나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지하철을 타니 오전 7시 반이었다.

주말 오전이라 사람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버스는 도로를 쌩쌩 달렸고

집까지 예상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주말 내내 집밥을 먹으며 가족들과 티브이를 함께 봤다.

어디 멀리 가지 않고 집에만 있어도 좋았다.








문득 집에 가고 싶어도 못 갔던 한 아이가 생각났다.

그때 그 아이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홀로 견뎌냈을까...


그때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 하는지

아이는 요즘 주말 아침마다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집에 있는 것 자체가 휴식이고 쉼이라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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