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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20. 2023

독일 DHL의 아날로그 감성   

독일 콜센터와의 전화를 마친 다음 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이메일함을 열었는데 "Online booking error"라는 제목의 메일이 와 있었다. 


이 제목은 내가 독일 기차예매사이트에 컴플레인 글을 썼던 이메일의 제목이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기 전, 몇 번 메일을 보냈지만 계속 같은 내용의, 그러니까 여기로 전화를 하던지 이곳으로 이메일을 쓰세요,라는 자동회신만 계속 받았었다. 


이번에도 또 비슷한 내용의 메일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아무 생각하며 메일함을 열었는데 첫 문장에 내 이름이 콕 박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메일의 주 내용은 테크니컬 이슈로 인해 예약이 안되었지만 내 카드에서 결제가 되었다며 빠른 시일 내에 환불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시름을 놓았다. 


그날 이후, 카드앱을 거의 매일 드나들며 환불이 되었나 안되었나를 확인을 했지만 주말이 끼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독일이니까 적어도 일주일은 기다려보자, 하는 생각으로 맘 편하게 기다려보기로 했다. 


만약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바로 전화해서 환불이 안되었다고 빨리 해달라고 독촉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번에는 전시회에 보낸 회사 물품이 문제가 되었다. 


세관에 걸려서 통관을 해야 하는데 반드시 현지업체를 통해서만 물건을 뺄 수 있다는 거다. 물건을 독일에서 머무를 숙소로 보냈는데 호텔에서는 통관을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추가비용을 내고 DHL 이 지정하는 중개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요구하는 서류 중 "신용카드 사용 허가서"라는 게 있었다. 회사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전달하면 현지업체에서 해당 금액을 결제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게 PDF로 된 허가서를 인쇄해서 직접 수기로 작성을 해야 하는 거였다. 


전자서명, 전자 결제 등 한국에서는 요즘 손으로 서류를 직접 작성하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 

독일에서 이런 걸 요청하다니, 하는 수 없이 오랜만에 볼펜을 들었다. 



오랜만에 손으로 서류를 작성하려니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봤자 회사명, 회사주소, 신용카드 정보 등 한 장도 채 안 되는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내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회사 우편번호를 적다가 그만 숫자를 잘못 적어버렸다. 새로 다시 쓰려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줄을 쫙 그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여백에 숫자를 새로 써버렸다. 



설마 이걸로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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