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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r 25. 2023

뮌헨의 어느 호텔에서 홀로 보낸 하루  

독일 여행기


다리가 너무 아파서 핸드폰에 저장된 오늘의 걸음수를 확인해 보았다.


세상에나, 숫자는 거의 20,000보를 향해가고 있었다.



구글앱에는 15분이면 호텔에 도착한다고 분명 나와있었는데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내가 예약한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뮌헨 중앙역 근처에 묵을걸 그랬나.


이렇게 많이 걷는 건 정말 오랜만이어서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1분 거리에 있는 작은 호텔의 낡은 책상 앞 의자에 쪼그려 앉아 한 시간이 넘게 호텔앱을 들여다보았다. 뮌헨에서 머무를 곳을 찾고 또 찾았지만 도무지 딱 맘에 드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잠자는 곳이 이토록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히 알았다.


여행을 하면서 먹는 것보다 숙소가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은 노숙자들과 담배냄새로 가득했다. 근처에 가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틀만 있을 거라서 최대한 저렴한 곳으로 잡았는데 이 좁은 숙소에서도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일정을 취소하고

뮌헨에 가기로 했다









기차표는 샀는데 이제는 호텔이 문제였다.


뮌헨에서 어딜 가서 뭘 보겠다는 계획보다 어디에서 잘 지가 제일 고민되었다.



이 먼 독일까지 왔는데, 뮌헨에서의 혼자 하는 여행인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호텔앱에 "뮌헨"을 입력하고 한 시간, 두 시간이 넘도록 호텔을 찾고 또 찾았다. 하지만 도저히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받은 충격으로 뮌헨에서도 중앙역 근처는 대한 피했고 후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패스했다.


잠이 너무 쏟아져서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앉으려는 찰나, 한 호텔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클릭을 하고 제일 먼저 평을 쭉 읽어보았다.


10점 만점에 9.4.


그중 내 눈길을 제일 끌었던 평이 있은,


"Lovely small hotel. Good location. Staff helpful. Breakfast really good quality"


이 한 줄을 믿고 마음의 결정을 드디어 내렸다.








다음 날, 아침에 뮌헨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걷다 보니 오후가 되었고 두 다리가 너무 아팠다.


안 되겠다 싶어서 숙소에 가서 쉬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있던 곳에서 호텔까지의 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멀었다.




 






너무 걸어서 기력이 떨어질 때즈음, 드디어 예약한 호텔의 명판이 저 멀리 보였다.


호텔은 중앙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외진 주택가에 있었다.







호텔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우드톤의 작은 로비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내 발소리가 들리자 리셉션데스크 뒤에 있는 문에서 다정한 표정의 젊은 독일 여성이 나오더니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서 왠지 모를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친절한 직원 덕분에 피곤도 잊고 기운이 절로 났다.

체크인을 하고 키를 받아 들고 계단을 올라 내 방으로 향해 올라갔다.








방문을 여는 순간, 아 이곳으로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크인을 했던 시간은 3시 반이었다. 호텔이 마음에 안 들면 좀 쉬다가 주변 공원이나 산책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 생각은 싹 없어졌다.



아늑하고 포근한 이 호텔의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평점 그대로 이곳은  "Lovely small hotel"이었다.




하루종일 걸어서 지칠 대로 지쳐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로 직행했다.





나무 바닥이어서 따뜻한 기운이 물씬했던 방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던 화이트 침구








테이블에는 와인도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인 만큼 피곤했지만 와인을 반잔 따라 몇 모금 마셨다.


술에 약해서 작은 병이지만 기분이 내킨다고 저걸 다 마시면 다음날 내 여행이 엉망이 될 거라는 걸 알기에 피곤이 가실 정도로만 마셨다.



기분이 알딸딸해지면서 몸이 노곤해졌다.





커튼을 걷고 바깥을 바라보니 거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안보였다. 아파트처럼 생긴 건물 밑으로 자전거들만 수북이 세워져 있었다.



이 조용한 호텔에서 혼자 남은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절로 설레었다.



선우정아와 폴킴이 비긴어게인에서 부른 "비"라는 곡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한 시간 연속재생으로 무한정 틀어놓고 계속 방에만 있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독일 주택가에 있는 이 호텔을 잡은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돌아와서 이 노래를 들으면 

와인, 음악과 함께했던

뮌헨에서 홀로 보낸  이곳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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