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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15. 2023

도쿄에 다녀오겠습니다 - 2

무브 온~~~~

새벽 5시에 택시를 타려고 아파트 단지로 나오니 세상이 참 고요했다.


이 시간에 깨어있는 나 자신이 왠지 뿌듯하게 느껴졌다.


인천공항에 가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그나저나 난 어디에 가는 거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도쿄에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이 상황이 뭔가 짜릿하면서도 혹시라도 잃어버린 게 없나, 앞에 맨 가방을 계속 열었다 닫았다 했다. 여권하고 카드지갑을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다.





 

해외여행을 가면 적어도 몇 주 전에 계획을 하고, 캐리어 가방을 천천히 채워나갔다. 급하게 서두르는 걸 싫어해서 뭐든 미리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떠나기 하루 전날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물론 가까운 일본이라서 가능했겠지만.






예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던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1. 공항에 간다.

2. 아무 카운터에 가서 직원에게 묻는다.

   "지금 바로 떠나는 비행기 표 한 장 주세요!"

3.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간다.



언젠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떠나야지,라고 혼자 상상만 했었는데 그 꿈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 같기도 했다.








공항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체크인을 하고, 가방검사와 출국 수속을 한 뒤 드디어 게이트 앞으로 왔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고팠다.


저가 항공사라서 식사제공이 안될 텐데 이대로 도쿄까지 가면 아무래도 에너지가 없을 것 같았다.


줄이 길 게 선 파리바게트 앞에 나도 섰다. 에그샐러드 샌드위치를 하나 샀는데 너무 짰다. 그래, 에그샐러드 샌드위치는 역시 일본이지. 얼른 도쿄에 가서 편의점 에그샐러드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다.






"손님 여러분,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방송이 들렸다.


아 이제 정말 출발이구나...








비행기가 뜨고 좌석벨트 신호가 꺼지자마자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번에 짐을 챙기면서 꼭 가져가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책과 노트였다.


도쿄에 도착하면 시내구경도 좋지만 한적한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싶었다. 이방인이 되어.


어떤 책을 가져갈까 생각하다 얼마 전에 임경선 작가님의 출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이 눈에 띄었다.  


책 자체가 작고 가벼워서 도쿄여행에 딱이었다.  






비행기가 이륙 후,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어느 한 페이지에 MOVE ON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작가님은 어떤 나쁜 일이 닥치면 뒤를 잘 돌아보지 않고 바로 MOVE ON을 하는 편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무브온이 필요했다. 지금 내 상황이 왠지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았고 계속 뒤만 돌아보는 내가 보였다. 계속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무브온... 무브온..." 나에게 최면을 걸듯 비행 내내 속으로 무브온을 중얼거렸다.





"손님 여러분 이 비행기는 곧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시고...."


내가 무브온을 외치는 동안 비행기는 어느새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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