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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20. 2023

도쿄에 다녀오겠습니다 - 3

돈까스와 카페 

도쿄의 날씨는 흐릿했다.


쾌청했던 5월과는 달리 땅이 꽤 젖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떠나기 전 일기예보 확인하는 걸 깜빡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검색을 해보니 주말 내내 비가 90% 이상 온다고 되어 있었다.


아뿔싸, 괜히 온 건가, 싶었다. 하지만 1300엔 버스가 나리타 공항을 빠져나와 점점 도쿄시내와 가까워질수록 비가 내리는 도쿄도 마음에 들었다.






도쿄역에 도착하자 동생이 파스모 카드를 나에게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바로 회사로 가고 나는 도쿄역 옆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로 들어갔다. 돈가스가 제일 먼저 먹고 싶었다.


돈가스라고 적혀있는 사인이 보이길래 무작정 찾아갔다. 줄을 섰는데 직원이 알 수 없는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메뉴판을 들고 와서 건네며 메뉴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아, 메뉴를 미리 고르고 있으라는 소리인가 싶어서 "아~~ 하이 하이"라고 대답했다.







직원이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앞에 칸막이가 있었다. 앞에 앉은 사람이 뭘 먹는지는 보였지만 얼굴은 안보였다. 안심이었다.


이윽고 내가 주문한 돈가스가 나왔다. 그런데 양이 작아서 깜짝 놀랐다. 큰 걸 시킬걸 그랬나. 아니야 지금 조금 먹고 또 다른 거 사 먹어야지.


이번 여행에서는 혼자 다니면서 먹고 싶은 거는 다 먹어보고 싶었다.



돈가스 위에 직원이 소스를 직접 부어주었다. 따끈따끈한 데미그라스 소스의 향이 참 좋았다. 소스의 색이 불그스름했는데 아무래도 이 식당의 특제소스인 것 같았다. 돈가스를 먹는 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가 옆에서 계속 왱왱 들렸다.



아, 다시 난 이방인.






다행히 비가 그쳐서 도쿄역 주변을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른 데 갈 수도 있었겠지만 혼자 지하철을 타기가 좀 겁이 났다. 파스모 카드가 가방 안에 잘 있는지 확인만 하고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 카페가 보여서 잠시 들어가 보았다. 따뜻한 라테와 애플파이를 시키고 잠시 쉬었다.



도쿄에 온 지 이제 몇 시간, 돈가스만 먹고 커피와 디저트만 먹는데도 이미 이 여행에 만족스러웠다.


유명하고 사람 많은데 꼭 가지 않아도 낯선 도시에서 나 홀로 이방인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다.


책을 꺼내 읽을까 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일본인 여성의 일본어가 하이톤으로 너무 명랑하게 들려서 잠시 경청하기로 했다.



남성분과 앉아있었는데 곁눈질로 보니 여성분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정장의 옷차림으로 보아 상사와 식사 후 커피를 한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여성분의 일본어 리액션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소데스까~~~~

와까리마시다~~~

하이 하이, 스고이!!


등등 몇몇 일본 특유의 리액션 단어가 계속 들려서 와 저분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저 자리가 참 불편해 보였다.






나는 저런 리액션도 안 해도 되고, 혼자 오니 얼마나 편한가!!



애플파이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대신 라테는 커피맛이 거의 안 났고 우유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아무렴 어때.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혼자 오롯이 느끼는

순간이 참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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