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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Sep 20. 2023

여행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

도쿄여행을 떠나기 전 


9월 달력을 보니 까만색 볼펜자국으로 가득하다.


하루가 지나면 볼펜으로 달력의 날짜를 엑스자로 찍 그어버렸다.



도쿄로 가기 전까지 며칠이 더 남았지? 몇 주 전부터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으로 가득하다.


공항까지 가는 새벽 리무진 버스는 이미 2주 전에 예약했고 오늘은 제일 저렴한 여행자 보험에 가입을 했다.


매일 검색창에 "도쿄날씨"를 쳐보고도 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다 내가 떠나는 9월 마지막주에는 다행히 28도, 29도로 내려가는 것 같다.







며칠 전, 우연히 항공예매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내 일정과 같은 항공권이 무려 십만 원 정도 더 저렴하게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너무 일찍 표를 샀나, 좀 기다렸다 살걸 그랬나...


추석 연휴라 당연히 표가 빨리 없어지고 비쌀걸 같아 미리 산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속은 좀 쓰렸지만 할 수 없었다.






달력에 있는 날짜를 빤히 쳐다본다.


새벽에 일어나 가방을 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어디부터 봐야 하지? 여행책은 미리 샀지만 아마 내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게 99% 일 것이다. 지난번에 안 가봤던 요요기, 신주쿠 공원을 돌아봐야겠다, 이 정도만 생각하고 있다.


편의점에 가서 지난번에 안 먹어본 푸딩을 종류별로 맛봐야지, 안 가본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없던 기운이 솟았다.







그러다... 마지막 날짜를 보게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날을. 그러자 갑자기 허무함이 몰려왔다.


몇 개월을 떠날 날만 기다리며 지내왔는데 그렇게 기다렸던 여행이 끝나면, 나는 또 어떤 것을 바라보며 지내야 하는 걸까...


애타게 기다렸던 여행이 끝난 후 과연 내 마음은 어떨까...


여행의 반은 떠나기 전의 설렘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떠나기 전부터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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