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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Sep 21. 2023

무너진 일상을 다시 회복하는 법

눈을 뜨니 6시 반이었다. 아뿔싸... 오늘도 늦었구나..



머리가 묵직하고 몸이 무거웠다.


어젯밤, 분명 9시 반에 잠들었는데, 이틀이나 연속 운동을 못 가게 되었다.






7월 초부터 새벽에 헬스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등록을 하고 출장 등 여러 일정이 겹치면서 한 달을 연장하면서 못 갔었다. 돌아와서 다시 가려고 했지만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저녁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새벽에 운동을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던 7월의 어느 날, 시계를 새벽 5시 40분에 맞춰놓고 잤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책가방에 갈아입을 옷을 주섬주섬 담아 현관문을 나섰다.


머리가 멍했는데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선선한 새벽공기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헬스장에 도착하면 스트레칭을 하고 스쾃도 하고 천국의 계단에서 땀도 뻘뻘 흘렸다. 몇 년 전, PT를 하면서 배운 동작을 기억을 더듬으며 따라 해 보았다.


운동시간은 한 시간도 아닌 최대 40분을 겨우 겨우 넘겼다. 땀을 쏟고 샤워를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었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새벽에 운동하러 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렇게 꼬박 두 달을 지냈다.


두 달 동안 일주일에 4번 이상은 새벽에 헬스장에 갔고 그런 나 자신이 뿌듯했다. 동시에 밀가루와 달달한 간식들을 조금씩 줄이니 살이 쪄서 못 입던 옷들도 입게 되었다.


루틴 있는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그렇게 한여름을 보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일상은 며칠 전부터 삐그덕거렸다.


새벽에 알람소리를 듣고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새벽에 추워서 그런가...


아니었다.



마음이 그만 몸을 지배하고 말았다.


회사에서 얽힌 어떤 상황 때문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고 운동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동안 그렇게 오랫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더 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여야 하는데, 왜 이렇게 또 흔들리는 걸까. 이런 나 자신이 싫었다.


단호하지 못한 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저는 요즘 아무 생각 없이 회사에 다녀요~그런 사람들한테는 아 그런 거보다, 하며 그냥 영혼 없이 대하세요. 너무 의식하지 마세요"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직원이랑 커피를 마시는데 이런 조언을 해줬다.


그녀는 나처럼 마음을 졸이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을 했던 걸까...


그녀와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리고 수다는 큰 힘이 돼주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도 답인 것 같다.


내일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나의 루틴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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