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도착은 했습니다만

나홀로 도쿄

by 마리

동생을 지하철역 앞에서 만나 집열쇠를 전달받기로 했다. 짐을 끌고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날씨가 느껴졌다.


양산을 꺼내서 그늘진 곳에서 동생을 기다렸다.


몇 분 기다렸을까, 동생이 도착했다. 그리고 열쇠를 받아 일단 집으로 향했다.


짐을 풀고 좀 누워있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새벽부터 움직여서인지 온몸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한숨 자고 싶었지만 시간이 아까웠다.







비행기표를 사고 난 후 그동안 출발할 날짜만 애타게 기다렸었다. 일본여행자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며, 도쿄의 한적한 골목을 걷는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지내왔는데, 막상 도쿄에 도착하니 마음이 꽤 덤덤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 역시 익숙했다.


몇 개월 전, 십여 년 만에 도쿄에 다시 왔을 때 느꼈던 그런 설렘은 없었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1300엔 버스를 타고 도쿄역에 도착하자마자 지난번에 갔던 돈가스 집으로 가서 줄을 섰다. 소스가 특별해서 기억에 남았던 곳이었다. 그 돈가스를 꼭 다시 먹고 싶었다. 도쿄역에 나만 아는 맛집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때 먹었던 맛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같은 메뉴인데 왜 이번에는 별로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돈가스를 다 먹고 속도 느글거렸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피곤한 걸까.


내가 원했던 "기분"은 이게 아니었는데...


축 처지는 기분을 어떻게라도 만회하고 싶었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안 가본 동네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하철 노선도를 살피다 어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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