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리 Oct 16. 2023

도쿄의 오래된 책방거리를 거닐다

나홀로 도쿄

처음 가보는 동네라서 어떨지 궁금했다.


막연히 여길 한번 와봐야지,라고 생각만 했기에 미리 찾아본 정보도 많이 없었다. 이곳에 오래된 책방이 많다는 것, 아날로그 시대의 일본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사실,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는 게 내 여행 스타일이기도 하다.


여길 가면 이걸 봐야 되고, 저길 들려야 된다,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나면 다른 것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초역에 내렸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요쓰야역에서 몇 정거장 밖에 걸리지 않아서 이곳을 선택했다. 지난 여행에서 가보지 않은 동네이기도 했다.


 근처에 오래된 책방이 많다고 했고 그곳을 걸어보고 싶었다.


역에서 내려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무 책방으로 먼저 가보았다.


입구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주인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신문 읽는 사람을 거의 못 봤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광경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알 수 없는 글자로 가득한 책방을 서성이며 둘러보았다. 그런데 웬걸, 이곳에 있는 모든 책은 다 고양이였다.


좁은 책방 안에 수백 종류의 고양이 책이 있었다. 이 고양이 책들은 도대체 다 어디서 구한 걸까?


표지가 이쁘고 작은 책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둘러만 보고 얼른 나왔다.








책방을 나와 길을 따라 계속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음에 보이는 책방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 그런데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다.


낯 뜨거운 잡지책들이 입구에 진열되어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여자는 나 혼자 뿐. 아이코 이런 책방들도 있었다니.


그 이후부터 책방에 들어가기 전, 안에 여자도 있는지,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어떤 종류인지 나도 모르게 확인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꼭 책을 사야 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나는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


마음이 헛헛할 때, 인간관계에 고민이 생겼을 때,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할 때 무조건 책방에 가서 서성인다.


동네서점이 거의 없어서 주로 대형서점에 많이 가지만 사람이 많은 주말 오후는 무조건 피한다.






도쿄 진보초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보니 문득 그들이 부러웠다.


유난히 내 눈길을 끌었던 건 희끗희끗한 흰머리의 노인 분들이 서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이분들이 왠지 멋있어 보였다.


책방에서 책을 보는 이 모든 사람들의 세계관은 얼마나 확장될까? 제삼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저녁노을이 어스름해질 때까지 진보초 주변을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어느 한 북카페에서 일본어로 된 도쿄 가이드북을 한 권 샀다. 표지가 이뻤고 도쿄를 소개하는 사진이 굉장히 알차보였다.


일본어를 모르니 책 내용을 한 자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이날 오래된 책방거리 진보초를 돌아다니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이 책과 함께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도쿄에 도착은 했습니다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