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보는 동네라서 어떨지 궁금했다.
막연히 여길 한번 와봐야지,라고 생각만 했기에 미리 찾아본 정보도 많이 없었다. 이곳에 오래된 책방이 많다는 것, 아날로그 시대의 일본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게 내가 아는 전부였다.
사실,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는 게 내 여행 스타일이기도 하다.
여길 가면 이걸 봐야 되고, 저길 들려야 된다,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나면 다른 것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초역에 내렸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요쓰야역에서 몇 정거장 밖에 걸리지 않아서 이곳을 선택했다. 지난 여행에서 가보지 않은 동네이기도 했다.
이 근처에 오래된 책방이 많다고 했고 그곳을 걸어보고 싶었다.
역에서 내려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무 책방으로 먼저 가보았다.
입구로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주인이 신문을 읽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신문 읽는 사람을 거의 못 봤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광경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알 수 없는 글자로 가득한 책방을 서성이며 둘러보았다. 그런데 웬걸, 이곳에 있는 모든 책은 다 고양이였다.
좁은 책방 안에 수백 종류의 고양이 책이 있었다. 이 고양이 책들은 도대체 다 어디서 구한 걸까?
표지가 이쁘고 작은 책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둘러만 보고 얼른 나왔다.
책방을 나와 길을 따라 계속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음에 보이는 책방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 그런데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다.
낯 뜨거운 잡지책들이 입구에 진열되어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여자는 나 혼자 뿐. 아이코 이런 책방들도 있었다니.
그 이후부터 책방에 들어가기 전, 안에 여자도 있는지,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어떤 종류인지 나도 모르게 확인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꼭 책을 사야 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나는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
마음이 헛헛할 때, 인간관계에 고민이 생겼을 때,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할 때 무조건 책방에 가서 서성인다.
동네서점이 거의 없어서 주로 대형서점에 많이 가지만 사람이 많은 주말 오후는 무조건 피한다.
도쿄 진보초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보니 문득 그들이 부러웠다.
유난히 내 눈길을 끌었던 건 희끗희끗한 흰머리의 노인 분들이 서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이분들이 왠지 멋있어 보였다.
책방에서 책을 보는 이 모든 사람들의 세계관은 얼마나 확장될까? 제삼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저녁노을이 어스름해질 때까지 진보초 주변을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어느 한 북카페에서 일본어로 된 도쿄 가이드북을 한 권 샀다. 표지가 이뻤고 도쿄를 소개하는 사진이 굉장히 알차보였다.
일본어를 모르니 책 내용을 한 자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이날 오래된 책방거리 진보초를 돌아다니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이 책과 함께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