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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Oct 18. 2023

도쿄타워를 처음 보던 날

나 홀로 도쿄

여기서 도쿄타워가 가까운 것 같은데 거기나 가볼까...


구글앱지도를 켜니 내가 있는 롯폰기역 가까운 곳에 도쿄타워가 있었다.


그날, 비가 온다고 했는데 하늘은 하루종일 쾌청했다. 이러다 금방 비 오는 거 아냐?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출발해 보기로 했다.






사실 도쿄타워는 내 여행계획에 전혀 없었다.


최근에 도쿄를 몇 번이나 다녀왔지만 굳이 도쿄타워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나에게 도쿄타워는 그저 에펠탑을 따라한, 작은 철제 조각물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왜 저렇게 도쿄타워를 보러 가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이곳저곳을 걸어 다녀서 다리가 무척 피곤했다. 안 가본 데를 가봐야지 하고 내린 마지막 장소가 롯폰기역이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백화점과 연결된 곳으로 들어갔는데 계속 걷다 보니 너무 지쳐서 앉을 곳을 찾아 헤맸다. 백화점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이미 녹초가 되어버린 상태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발견한 테이블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멍 때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그제야 좀 기운이 났다.


마침 비도 안 내려서 실내보다는 바깥을 더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도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도쿄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밖으로 나오니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다.  구글지도앱을 이리보고 저리 봐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이 주변이나 돌아다녀보자, 하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도쿄타워를 꼭 봐야 하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동네를 걷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롯폰기구나.


그렇게 주변을 탐색하며 얼마를 걸었을까... 저 멀리 내 시야에 어떤 타워가 보였다.


하얀색과 주황색이 번갈아 보이는.


설마?


도쿄타워였다.


마침 지나가던 한 외국인이 그쪽을 향해 카메라를 대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도쿄타워를 향해 걷고 있었다는 것을!


안 되겠다, 오늘은 도쿄타워를 봐야 하는 날인가 싶어서 그쪽을 향해 계속 걷기 시작했다.






작게만 보이던 도쿄타워는 가까워질수록 그 크기가 조금씩 커졌다.


하지만 금방 도착할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아무리 걸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 한창 무더운 한여름 날씨인 탓에 온몸은 점점 땀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카페라도 가서 좀 쉬다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왕 걷기 시작한 거, 도착할 때까지 멈추고 싶지 않았다.






얼마를 걸었을까, 건물 사이로 도쿄타워가 보였다.  


언덕을 타고 올라가니 멀리서 보이던 도쿄타워가 바로 내 눈앞에 나타났다.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다 결승선에 도착한 선수가 된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가까이서 본 도쿄타워는 내 예상과는 달리 거대하고 웅장했다. 


전망대에 올라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이미 이곳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무더웠던 여름날, 도쿄타워를 처음 만났다. 


온몸이 땀에 젖도록 도쿄타워를 향해 걷고 또 걸었던 그때의 그 순간이 잊히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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