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단계 때문에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요즘, 코에 찬바람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따뜻한 목폴라를 입고 오리털 패딩을 꺼내 입었다. 혹시나 싶어 머플러로 목을 칭칭 감았다. 마스크를 끼니 완전무장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며칠 전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한 책이 계속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한다니 좋은 내용임에 틀림없을 것 같았다. 며칠 내내 그 책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일단 책방에 가서 어떤 책인지 살펴보고 싶었다. 추위를 뚫으며 책방으로 향했다.
책방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앉아서 읽을 곳도 다 막아져 있었다.
썰렁한 책방에 혼자 발소리를 내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찾고 있던 책은 서점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그냥 책방을 한 바퀴 돌다 나가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예전에 좋아했던 다른 작가의 신간을 발견했다.
아, 이분이 또 책을 내셨구나.
실생활에 유용한 현실적인 팁을 위주로 쓰는 그 작가의 책을 나는 여러 권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전에 쓴 책에는 돈을 모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 절약하는 습관에 대해서, 여행에 대해서, 그리고 책은 왜 읽어야 하는지, 글은 왜 써야 하는지 등등 내가 좋아하는 주제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친한 언니에게 유쾌한 조언을 듣는 기분이 들어서 가끔 내가 방향을 잃고 허우적거리는 느낌이 들 때마다 그녀가 쓴 책을 펼쳤고 책을 통해 마음에 힘을 얻었다.
이번 책도 술술 읽혔다. 그녀만의 삶에 대한 철학과, 좋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그녀의 또 다른 현실적 조언들은 요즘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다른 책들처럼 이번 책도 사두면 오래 읽으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을 사는 게 왠지 고민되었다. 고정수입이 없는 요즘 책을 산다는 게 왠지 사치스럽게만 느껴졌다. 책값은 만 삼천 원이었다. 살까 말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사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몇 번이나 그 책을 들었다 놨다를 하다 그냥 나와버렸다.
근처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해서 그 책들을 검색해봤지만 신간이라서 도서관에는 없었다.
그래서 읽으려고 체크해두었던 책들만 몇 권 빌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빌려온 책들을 읽으려고 책장을 열심히 넘겼지만 머릿속에는 내가 사고 싶었던 그 책들만 계속 생각났다.
읽던 책을 멈추고 인터넷에서 책의 내용과 평점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이곳저곳 돌다가 우연히 어느 쇼핑 사이트에서 곱창을 1+1에 판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얼마 전 티브이에서 한 연예인이 곱창, 막창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나도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일부러 밖에 나가서 곱창을 사 먹기에는 왠지 부담스러웠다.
쇼핑 사이트에서 본 곱창은 1+1에 9,900원이었다. 한 개 더 준다는 말에 나는 홀린 듯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새 구매를 하시겠습니까?라는 확인창까지 와 있었다.
구매확정 버튼을 꾸욱 눌렀다. 맛있게 차려진 곱창이 눈에서 벌써 아른거렸다.
쇼핑 사이트를 나오려고 하는데 마침 똑 떨어진 마스크팩이 생각이 났다. 앰플이 가득 들어있어서 매우 좋다는 리뷰에 홀려 다섯 팩에 만원 하는 팩을 샀다.
구매를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불현듯 살까 말까 고민한 책들이 생각났다. 책값은 아끼려고 그렇게 고민을 했는데 곱창에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돈을 쓰다니! 읽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서점을 나온 내 모습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다.
곱창은 먹으면 뱃속에서 사라지지만 책은 내 영혼을 채워주는 게 아니었던가. 마스크팩이 없으면 피부가 뒤집어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사야 했을까? 집에 안 쓰는 크림도 많은데.
취소 버튼을 눌러야 하나 싶었지만 곱창을 포기하기가 싫었다. 촉촉한 마스크팩도 하고 싶었다.
그래, 곱창은 오늘로 끝이야!
결국 나는 사고 싶었던 책을 샀다.
배도 채우고 내 영혼도 살 찌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