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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차린 내 작업공간

나에게 맞는 루틴 찾아가기

by 마리


오전 7시가 되자 아빠가 방문을 열고 나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부엌에서 그릇 소리, 물 트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돼 티브이 소리까지 들렸다. 그 사이 엄마도 일어나셨는지 두 분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6시쯤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있던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밖으로 나가 빵을 굽고 커피를 타고 신문을 읽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8시가 다 되어있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집중모드로 돌아가려는 찰나 아빠가 일 때문에 급히 컴퓨터를 써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얼른 아빠에게 자리를 내어드렸다.






겨울이 되면서 내가 쓰던 방이 너무 추워서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베란다를 터서 넓힌 방이었는데 겨울만 되면 그 방은 냉골이었다. 추위에 허덕이는 나를 보더니 엄마가 차라리 안방에 가서 일을 하라고 하셨다. 안방에는 아빠가 쓰시는 큰 책상이 있는데 일을 하실 때를 제외하고는 두 분 다 그 방에 계시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찌하다 보니 내가 그 방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방에는 내 물건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셨다.

나는 무언가에 집중할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않고 혼자 조용히있는것을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방문이 열릴 때마다 일의 흐름이 깨졌다. 사실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깨진 흐름을 다시 붙잡기는 쉽지 않았다.


내 방도 아니기에 엄마, 아빠에게 감히 들어오지 마세요, 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안방을 차지한 나는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집에서 일이 안될 때는 카페라도 갔는데 계속되는 코로나 2단계 때문에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집에 있어야만 했다.



벌써 독립을 했을 나이에 부모님과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무능력자인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엄마, 아빠와 매일 얼굴을 보며 사는 게 좋다. (물론 부모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서는 최대한 집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웬만하면 직장인과 비슷한 루틴처럼 지내야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나의 루틴은 점심만 먹으면 깨지기 일수였다. 밥을 먹고 나면 찌뿌둥한 몸을 어떻게 해서든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조건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다시 책상 앞에 앉기가 싫어졌다. 이미 내 몸과 마음이 늘어지고 산만해져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무의식이 조급해진 내 마음을 알아차렸던 것일까?


어느 날, 새벽 3시에 우연히 눈을 뜨게 되었다. 정신이 꽤 맑아서 눈을 뜨자마자 바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좀 읽다가 다이어리를 펼쳤다. 스타벅스 매장 음악을 틀어놓고 어제 못한 일을 체크하고 오늘 할 일을 계획했다. 새벽의 적막하고 고요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어제 못했던 일을 조금씩 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웬지모를 희열감이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나의 하루는 꽤 이른 새벽에 시작되었다.


일찍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조용히 집중할수 있는 시간이 확보 되는것 같았다.


하지만 초저녁만 되면 하품이 나기 시작했다.


새벽에 차린 내 작업공간으로 가기위해 오늘도 나는 일찍 잠에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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