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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의 업계에서 유명하신 이분이 강의를 한다고 하셨다. 강의를 안 들으면 왠지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놓칠 것만 같았다. 신청을 하면 녹화된 영상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몇 주 동안 업로드되고 무제한으로 몇 개월 동안 들을 수 있었다. 강의료는 십만 원이 조금 넘었다. 금액 때문에 신청하는 게 망설여졌지만 지금 결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덜컥 결제를 해버렸다. 이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이분과의 강의라면 모든 게 잘 해결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첫 강의 영상이 올라오자 기대에 가득 찬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필기감이 제일 좋은 펜과 새로 산 노트를 준비했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으로 돌아갔다.
강의가 듣기 시작한 지 얼마 후, 슬슬 후회가 밀려왔다. 영상에는 이분이 어느 유튜브 채널에 나와했던 말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 유튜브에 나오셔서 했던 내용 때문에 유료임에도 강의를 신청했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어떤 대안이 있을 줄 알았다.
영상에는 이분이 업계에서 이룬 성과에 대한 것들로만 가득했다. 일반인이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게 뭘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없었다. 결국 정지 버튼을 누르고 환불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강의 듣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취소는 안되었다.
며칠 후, 서점에 가서 최근에 이분이 출판했다고 한 책을 찾아보았다. 책 목차는 책 프로그램과 거의 비슷했다.
얼마 전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사실 이 강의를 듣기 전 또 다른 분의 유료 강의를 신청했었다. 역시 일주일에 한 번씩 업로드되는 동영상을 몇 주의 기간 동안 들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강사님은 PPT 파일을 켜 두고 적혀있는 내용을 거의 읊고 계셨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였고 뭔가 있을 거라는 기대에 강의에 집중했지만 10분 남짓한 그 시간을 결국 견디지 못했다. 화면 건너뛰기로 강의 영상 듣기를 마쳤다.
몇 주 후, 이 강의 게시판에 누군가의 댓글이 달렸다.
"이 강의, 계속 들어야 할까요?"
이 분 역시 최근에 책을 출판하셨었고 본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운영하는 채널에 들어가 보니 지금 듣고 있는 유료 강의 내용과 똑같았다. 서점에 가서 이분의 책을 찾아보았다.
책에는 강의보다 내용이 훨씬 자세히 적혀있었다. 책값은 15,000원이었다. 평소 책 한 권 구입할 때도 몇 번이나 고민 후 사는 편인데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강의료를 생각하니 차라리 책 10권 사서 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도서관에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대여 가능"이라고 나왔다. 강의 신청을 한 게 후회되었다.
"돈"을 버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어서 "돈"을 썼는데 결국 "돈"만 날리게 되었다.
최근 글쓰기와 관련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었다. 책을 쓰신 작가님이 어느 카페에서 무료 줌 강연을 한다고 해서 카페에 가입을 했다. 유명인은 아니었지만 업계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계셨고 이미 책을 몇 권이나 내신 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좋은 기회일 것 같았다. 강의가 시작되자 이 분 역시 책에서 본듯한 내용을 정리한 PPT를 줌 화면에 띄어놓으셨다.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졌다.
하지만 이분은 책 내용을 통해 실생활에서 일반인이 글을 쓸 때 어떻게 적용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알려주셨다. 참가자분들에게 질문을 하며 참여를 유도하시기도 하셨다. 대본 없는 강의였지만 2시간 강연이 짧게만 느껴졌다.
점점 발전되는 기술 덕분에 이제는 집에서도 내가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유명인의 비싼 유료 강연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되었다. 그들이 내 인생을 바꿔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료, 무료 강연과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집에서 자기 계발을 하고 싶은 분들께, 결제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팁을 정리해 보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팁이지만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Q.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업계에서 많이 알려지신 분이 영상으로 유료 강의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강의료 지불하기가 망설여진다면?
A. 강의 프로그램 안을 먼저 검토해본다. 이 분이 책을 낸 적이 있는지 알아보고 도서관이나 서점, 혹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 목차와 비교해 본다. 공개로 강의를 한 영상이 있는지, 유튜브 강의 영상이 올라와 있는지, 비슷한 내용의 강의를 한 적이 있는지 찾아본다.
이렇게 까지 해도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고 꼭 그 강의를 들어야 한다면? 할 수 없다. 내 돈 주고 강의를 신청하는 수밖에.
Q. 강의를 결국 신청했지만 듣자마자 후회가 된다면?
A. 앞으로는 유명인의 영상 대신일반인들이 운영하는 카페나 블로그의 "무료 이벤트"에 참여해 본다.
카페에서 무료 줌 강연을 듣고 후기를 쓰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무료 커피 쿠폰을 타려고 글을 쓰다 보니 저절로 책 내용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다. 이보다 더 좋은 자기 계발이 있을까?
이 카페에는 책 서평 이벤트도 하고 있었다. 참여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내 블로그에 이벤트 글을 공유하고
댓글로 신청 이유를 적으면 되는 거였다. 정성스럽게 신청 이유를 적고 무료로 책을 2권이나 받게 되었다. 인기도가 높은 카페가 아니어서 참여자가 많이 없었고 당첨될 확률이 높았다. 한 권은 여행 에세이였고 다른 한 권은 주식 관련 책이었다. 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였다. 주린이가 주식책 서평을 써야 한다니, 저절로 주식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Q. 의지박약이라서 혼자 무언가 배우는 걸 시작하는 게 망설여진다면?
A. 아무리 책과 유튜브가 좋다고 해도 혼자 하다 보면 실행하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듣고 끝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강사의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거나 참여자들과 오픈 채팅방을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있는지 알아본다. 낯선 사람들과 채팅방을 통해 교류한다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극을 받으며 계속해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후기도 꼼꼼히 잘 읽어보고 내 기준에서 가격이 적정하다면 커피값 몇 잔 아낀다 생각하고 신청을 해보자. 내 돈 내고 결제를 했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지 않을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 1일 1 블로그와 미라클 모닝에 도전해 보았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무언가를 억지로 해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적응이 안되었다. 하지만 이런 도전을 통해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제는 스스로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이제는 누가 아무리 나를 마지막으로 바꿔 줄 강의라며 할인해 준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강의가 내 인생을 바꿔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관심 있고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직접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발견한 책을 읽어보거나 적극적으로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결국 유명인이 알려주는 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나의 의지와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얻는 팁보다 시간과 공을 들여 내 것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우선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