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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Oct 05. 2015

나에게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에

참 외롭고 사람이 필요했던 때가 있었다.


우리가 학생이던 때처럼 매일 함께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곁에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땐 우리 모두 이미 흩어져 각자의 삶을 스스로 감당해 가고 있었다.
그런 애들에게 다짜고짜 연락해 징징거릴 수는 없는 거니까,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할지 몰라 전화번호부를 ㄱ부터 ㅎ까지 한줄 한줄 살피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정말로 정말로 사람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날엔 그냥 내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실없는 농담을 두어마디를 주고 받았다.

그래도 그게 위로가 되었다.

그 작은 위로조차 없었더라면 어떻게 그 시간을 통과해 올 수 있었을까.
 

물론 반대일 때도 있었다.
네가 힘들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대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어서,

말없이 버텨내고 있는 너에게 나는 그냥 유행하는 과자와 흥행하는 영화 이야기 따위를 했다.

그냥 그 시간만이라도 네가 혼자 외롭지 않기를 바랬다.

어쩌면 이 다음에 네가 내게 너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좀더 수월해지길 바랐다.
그러나 내가 너에게 기대지 않았던 것처럼, 너 역시도 결코 내게 기대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에게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가끔 일상적인 안부인사를 받을 때면 혹시 그 속에 다른 뜻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혹시 너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밀려오는 절망감과 싸워내기 위해 내게 안부인사를 건낸 것은 아닌지,

나에게 힘내라던 격려는 혹시 네가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는지.

만약 네가 괜찮고 행복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감사하거니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 역시도 이 작은 위로로 하루를 싸워갈 힘을 얻기를, 깜깜한 시간이 어서 지나가고 빨리 괜찮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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