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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Dec 27. 2022

Learning to dance in the rain

요즘은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삶의 리듬을 구축해 가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늘 닥면한 문제 해결에 바빴고, 나는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만 쓰는게 아주 익숙한 사람이다.

그 모든게 한시적인 비상상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들풀처럼 몸을 낮춰 폭우가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익숙했다.

가만히 일들을 감당하며 '이번 비상사태'가 끝나길 기다렸다.

이번 계약만 끝나면,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이번 일만 끝나면. (숨을 돌릴 수 있겠지)

하지만 숨을 돌리고 나면 또 다음 비상상황이 왔고, 때로는 숨을 돌릴 새 없이 다시 시작이었고, 더 최악일 땐 이번일 다음일 그 다음일이 한번에 겹쳐오기도 했다. 그러면 묵묵히 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을 줄였다. 끝은 없었다.



이젠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지나가는 폭우가 아니다.

언젠가는, 평생을 일복에 치여 죽도록 일만하다가 몸이 다 망가져 강제 은퇴를 하고 나서야 아무것도 할일이 없는 공백기를 맞이한 엄마처럼, 내게도 그런 온전한 공백기가 올지 모르겠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내 인생은 계속 장마일 것이다.

태어나 제 한입 스스로 풀칠하며 밥벌이를 하고 살아가는 성인들은 모두들 이러하더라, 는 이야기는 이제 더이상 변명이 되지 못한다.



나는 스스로 이런 삶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요즘은 지속가능한 삶의 균형이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고 있다.

오늘 보낸 하루와 같은 쳇바퀴를 10년 뒤에도 여전히 돌리고 있다면,

오늘부터 10년 후까지의 긴 기간동안 매일 매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오늘 내가 선택한 하루의 시간이 10년어치의 것이라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그러면 비상상황이라는 핑계로 뒤로 미뤄두었던 일들이 좀더 우선순위가 올라간다.

운동이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스스로를 돌보고 스스로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허락하는 시간, 고요하게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들.



비상상황은 없다. 오늘과 같은 내일이 계속될 뿐이다.



그러므로 오늘은 공연히 해야할 일들을 붙들고 있기 보다는 달렸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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