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꿀단지

해와 달

by 진동길


해와 달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성 프란치스코의 노래처럼.




옛날 옛날 아주 아주 먼 옛날에는 해와 달이 함께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던 때가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해와 달이 논쟁을 벌였는데... 하루는 해가 달을 바라보며 이야기 끝에 "나뭇잎은 초록색이야."하고 말하자.


달이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엉? 이상한데? 나뭇잎은 은빛인데. 왜. 초록색이라고 하지." 하며 속으로 의심스러워 하기 시작했고.


이번엔 달이 먼저 "사람들은 늘 잠만 자더라." 하고 말 하자. 해가 속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그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게 움직인다고."라고 하자.


서로의 감정은 격해졌고 급기야 달이 언성을 높이면서 "그러면 왜 땅은 늘 그렇게 조용한 거지?"라고 반대되는 질문을 했는데. 해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누가 그런 말을 해? 땅은 언제나 시끄럽기만 한데."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데.


작은 말다툼으로 서로의 감정이 상한만큼 멀어져 있을 때,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바람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면서 이런 말을 남기고. 휘잉... 태평양으로 건너가더란다.


"신의 사랑은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신뢰하는 사랑이란다. 비록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방의 말이 틀리지 않을 수 있고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렴. 내가 보고 느낀 세상은 해가 떠있는 낮에는 나뭇잎은 초록색이었고,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였으며, 땅은 시끄러웠단다.


그러다가 달이 뜬 밤에는 모든 것이 변해 땅은 고요해지고, 나뭇잎은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으며, 사람들은 깊은 잠을 자고 있었지. 자기가 본 것과 믿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렴. 나는 구름이 낀 날에 회색 바다도 보고, 나뭇잎이 검은색으로 변해있는 것도 보았단다. 자기가 믿고 있는 것만 진리이라고 여기면 신의 사랑은 흰색과 검은색 안에 갇히게 되고, 온갖 아름다운 색을 창조한 신의 사랑을 느낄 수가 없단다."


하지만 해와 달은 자신이 본 것과 자기의 말만 고집하면서 자기만의 생각과 믿음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단다. 서로의 생각과 믿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았던거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는 낮에만 뜨고 달은 밤에만 뜨면서 영원히 서로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단다.




확증 편향(確證偏向, 영어: Confirmation bias)이라는 말이 있지요. 확증편향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라고 하는데요. 자신의 믿음에 대해 근거 없는 과신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참고: Elliot Aronson, 《사회심리학》, 탐구당, 2002, p.161)


1960년대 행해진 '실험심리학'의 실험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가 있을 때, 소망적 사고에 따라 자신의 관찰과 경험을 편향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는 점을 보였다고 합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여러 사실에서 어떤 것은 주목하고 어떤 것은 무시하거나 다른 사실을 들어 반박하면서 자신의 편향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고 하지요.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유독 사람들은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소망하는 것만, 보고 싶은 것만, 자기 맘대로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잘못된 사랑에 빠졌을 때, 잘못된 욕망에 사로잡혔을 때 무의식적으로 확증 편향 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알고 믿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향은 독단적이고 독재주의적인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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