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소금단지
나무와 물에게서
by
진동길
Jan 18. 2021
나무와 물에게서 배우다
나무에게 배운다.
봄과 여름에 푸릇푸릇한 잎들을 무성하게 달고 있던 나무는
가을이 되면 미련 없이 그 잎들을 떨쳐버린다.
시리고 어두운 겨울을
나기
위해.
새날에 새로운 잎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은
상처 받을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슬러 오르려 하지 않을 때, 흐를 수 있고
상처가 곰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묵은 잎을 버리지 않고는
새 잎이 돋아나지 않는 법을
나무는 기억하고 있다.
섭리가 그러함을
알기에
주인이 새 것을 내어줄 것을 믿기에
본래 주인에게 자신의 것을 다시 내어놓는다.
흐르고 흘러서 스스로 새롭게 하면서도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닦아내는 그대
,
물 자매여
!
그대는 용서를 잊은 이들이게
그것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축복을 가르치
고
얼 때와 녹을 때를 가려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아
나설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잊은 이들을
부끄럽게
하는구나.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길.
모두가 가야 할 길
그러나 쉽게 걸을 수 없는 그 길을
나무와 물에게 배운다.
내어놓고
나누어지고
흐를수록 풍요로워지고
충만해진다는 것을.
뿌리지 않고 움켜쥐
면 내일을 꿈꿀 수 없고,
산을 돌아서라도 흐르지 않으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무와 물은 말없이 삶으로 가르친다.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겨야 하듯,
흐르는 물처럼 미련 없이 살라고
잎을 떨구는 나무처럼 집착하지 않고 섭리에 따라 살라고.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더 넓은 곳에서
더 깊은 곳의 삶(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
어제보다 좀 더 가볍게,
지나온 시간보다 더 흥겹게,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들을 열린 가슴으로 맞이하라고.
keyword
물
나무
사랑
2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진동길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마음 속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팔로워
161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소금단지
할아버지의 꿀단지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