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나무와 물에게서

by 진동길


나무와 물에게서 배우다



나무에게 배운다.

봄과 여름에 푸릇푸릇한 잎들을 무성하게 달고 있던 나무는

가을이 되면 미련 없이 그 잎들을 떨쳐버린다.

시리고 어두운 겨울을 나기 위해.

새날에 새로운 잎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은

상처 받을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슬러 오르려 하지 않을 때, 흐를 수 있고

상처가 곰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묵은 잎을 버리지 않고는

새 잎이 돋아나지 않는 법을

나무는 기억하고 있다.

섭리가 그러함을 알기에

주인이 새 것을 내어줄 것을 믿기에

본래 주인에게 자신의 것을 다시 내어놓는다.


흐르고 흘러서 스스로 새롭게 하면서도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닦아내는 그대, 물 자매여!

그대는 용서를 잊은 이들이게

그것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축복을 가르치

얼 때와 녹을 때를 가려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아

나설 때와 멈추어야 할 때를 잊은 이들을

부끄럽게 하는구나.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길.

모두가 가야 할 길

그러나 쉽게 걸을 수 없는 그 길을

나무와 물에게 배운다.


내어놓고

나누어지고

흐를수록 풍요로워지고

충만해진다는 것을.

뿌리지 않고 움켜쥐면 내일을 꿈꿀 수 없고,

산을 돌아서라도 흐르지 않으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무와 물은 말없이 삶으로 가르친다.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겨야 하듯,

흐르는 물처럼 미련 없이 살라고

잎을 떨구는 나무처럼 집착하지 않고 섭리에 따라 살라고.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더 넓은 곳에서

더 깊은 곳의 삶(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


어제보다 좀 더 가볍게,

지나온 시간보다 더 흥겹게,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들을 열린 가슴으로 맞이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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