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포도밭의 비유

by 진동길


# 감사합니다


동길 씨를 행복하게 하는 습관 중에 하나가 일광역 자판기에서 밀크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이다.


커피는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다. 보리차나 숭늉을 찾는 것보다 더 쉽다. 하지만 굳이 수도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기차 정거장까지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마다하고 값싼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있다.


기차가 여행객을 기다리는 역에는 다양한 얼굴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의 얼굴에서 세상의 일기를 읽을 수 있다.


또 고요하고 평화로운 수도원, 다른 말로 적막한 수도원에서는 맛볼 수 없는 사람 사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를 꺼낼 때 그곳에서 나오는 한 여성의 말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 3일만 볼 수 있다면


“만약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유일한 소망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죽기 전에 꼭 3일 동안만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눈을 뜨고 볼 수 있다면 나는 나의 눈을 뜨는 그 첫 순간 나를 이만큼 가르쳐주고 교육을 시켜준 나의 선생님 애니 설리번을 찾아가겠다.


지금까지 그의 특징과 얼굴 모습을 내 손끝으로 만져서 알던 그의 인자한 모습, 그리고 그의 아리따운 몸가짐을 몇 시간이라도 물끄러미 보면서 그의 모습을 나의 마음속 깊이 간직해두겠다.


다음엔 나의 친구들을 찾아가 그들의 모습과 웃음을 기억하고, 그다음엔 들로 산으로 산보를 나가겠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무 잎사귀들, 들에 피어있는 예쁜 꽃들과 풀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석양에 빛나는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는 먼동이 트는 웅장한 장면을 보고, 아침에는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또 하루를 지내고,


마지막 날에는 일찍 큰 길가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들을 바라보고, 아침에는 오페라 하우스, 오후에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하고 그러다 어느덧 저녁이 되면 나는 건물의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시 한복판으로 나와서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거리, 쇼윈도 위에 진열되어 있는 아름다운 상품들을 보면서 집에 돌아와 내가 눈을 감아야 할 마지막 순간에 나는 이 3일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준 나의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기도를 드리고 또다시 영원한 암흑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헬렌 켈러, 3일만 볼 수 있다면 중에서-


#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오늘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말씀은 성경 전체를 압축한 말씀으로 밭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라는 말씀은 창세기를 떠오르게 합니다.(이사 5, 2-5.)


한 처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지어내셨지요. 그리고 성조들을 구원으로 부르셨습니다.


주인이 애써 일군 포도밭의 포도나무들은 그분의 사랑을 받고 자라난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각별하신 하느님의 사랑은 당신을 모르는 이들에게 당신을 따르는 것을 가르치시기 위하여 한 백성을 택하시고, 사람들이 당신의 영을 지니고 당신과 친교를 누리는 것을 배우도록 예언자들을 세우셨습니다.


또 당신의 백성들을 잘 이끌도록 종교 지도자들을 세우십니다. 오늘 말씀에서 종교 지도자들은 소작인으로 비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는 포도밭과 포도나무를 위하여 건축가처럼 구원의 계획을 설정하셨습니다.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주인은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습니다. 소출은 하느님 백성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며 맺는 사랑의 열매들입니다.


주인의 종들, 즉 예언자들은 하느님께서 백성과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파견하십니다. 하지만 소작인들은 종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예레 7, 24-26.)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예언자들이 종교지도자들과 권력자들에 의해 거부당하였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포도밭 주인은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습니다.


포도밭 주인이 보낸 아들은 우리를 위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백성의 지도자들에 의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마침내 주인은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 곧 유다인이 아닌 다른 민족들에게 당신의 포도밭을 내어주게 됩니다.


# 내버린 돌의 의미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는 창세기부터 묵시록까지 성경 전체를 묵상하게 합니다. 특히 이 비유의 결론으로 말씀하시는 시편 18편 22절과 23절의 말씀은 마태오복음에서 아주 중요하지요.


특히 이 말씀을 듣는 청중인 유다인들과 그중에서 그들의 지도자들에게 구원의 비밀, 역설의 신비를 다시 깨닫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이 말씀을 다시 상기시켜주신 뜻은 오늘 이 말씀이 직접적으로 그분 자신의 '신원'과 그분 자신에게 '일어날 일'과 모든 이를 위한 '구원의 완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깨닫게 하심입니다.


# 포도나무의 열매


그야말로 "우리 눈에는 놀라운 일 주님(야훼)께서 하신 일입니다."


이제 포도밭은 온 세상에서 일구어지고 있습니다. 주인과 주님의 종들, 특히 그 아드님의 메시지와 사랑의 말씀은 언제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열매를 맺어야 하는 우리들은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 성찰해 봐야겠지요.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막는 법은 없습니다."(갈라 5,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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