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용서를 넘어서

by 진동길


# 꼬마의 고해성사

1900년대 명동성당에는 프랑스인이 주임신부로 있었다.

부활을 앞둔 판공 시기에 한 꼬마가 고해소에 들어와서 죄를 고백했다.

“신부님, 저는 우리 엄마가 구들장 내려앉는다고 방에서는 뛰지도 말고 특히 물구나무는 절대 서지 말라고 하셨는데, 엄마 몰래 여러 번 물구나무를 섰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을 세 번 했습니다.”

꼬마의 고백을 듣고 난 프랑스인 신부가 물었다.

“뭇쓴(무슨) 나무라고 하셨습니까?”

“물구나무입니다.”

여전히 알아듣지 못한 프랑스인 신부가 다시 물었다.

“아니 온돌방에 뭇쓴 나무?”

꼬마가 제안을 했다.

“신부님 고해소 안에서는 물구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서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이리하여 프랑스인 신부는 고해를 주다 말고 고해소의 커튼을 열어젖히고, 아이는 고해소 앞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를 본 신부가 한 마디 했다.

“그게 나무냐?”

“예, 신부님! 이게 물구나무라고 하는 겁니다!”

판공성사를 보려고 기다리던 수많은 교우들은 이 광경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꼬마 다음에 고해소로 들어온 중년 부인이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기 전 이렇게 부탁했다.

“신부님. 저는 죄를 많이 지었지만, 나이도 많고 몸도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까 그 아이처럼 물구나무서라는 보속을 주실까 봐 겁납니다. 그런 보속은 안 주신다고 먼저 약속해 주세요!”

# 아버지의 용서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

세상에는 내 힘과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비판이나 불평보다 용서하고 이해해주며 타인을 성장시키는 말을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지요.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비난과 상처를 받았을 때, 용서하기란 타인보다 더 많은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집을 나간 아들과 마지막으로 화해하고 싶어서 신문에 짧은 광고를 냈습니다.

"동길아! 화요일 정오에 부산역에서 만나자. 다 용서했다. 아빠가.”

드디어 화요일이 되었고 아버지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약속 장소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부산역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요. 그곳에는 동길이라는 이름의 남자들이 수백 명이나 몰려와서 저마다 그들의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용서를 넘어서

여러분은 아버지와 화해하셨나요? 어머니는요? 혹은 형제들과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1-32.)

나와 함께 하시는 성령께서 도와주시기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하는 것이 용서이고 긍정적인 말이며, 덕담이고 다른 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하는 긍정의 말과 사랑의 언어는 단순히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는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의 언어'와 '긍정의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전능하신 하느님과 사랑의 성령을 믿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도와주시고 치유하시는 분이심을 믿는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요.

그리스도인들의 덕담과 사랑의 말은 나와 타인의 부정적인 자아상을 치유하는 약입니다. 듣는 이뿐만 아니라 말하는 이의 자아상까지 고양시키는 힘입니다. 사랑의 말과 격려의 언어를 자주 들으면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용서하기를 넘어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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