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사랑의 손가락

by 진동길



# 연줄

한 소년이 연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이 너무 높이 올라가는 바람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타래에 묶인 실이 곧바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연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소년을 쳐다보며 “연이 어디 있는지 안 보이는구나. 너는 아니?”라고 물었습니다.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이 줄을 잡아보세요. 팽팽하잖아요. 연은 보이지 않지만 제 머리 위쪽에서 푸른 하늘을 날고 있어요. 줄을 통해 그것을 알 수 있지요.”

# 매화나무에게

햇살 좋은 날, 매화나무가 슬퍼하며 나를 찾아왔다. 갑자기 가지치기를 당했다고 했다. 잘린 가지의 고통과 제 몸을 잃어버린 절망을 내게 하소연했다.

"균형 잡힌 성장과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한 나무에서 난 가지라 해도 약하거나 병들어 죽은 가지는 잘라내야 한단다.

지난날, 추위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얼어 죽었거나 부러진 가지도, 너무 약해 바람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가지도, 반대로 혼자만 잘 먹어 튼튼한 가지와 제멋대로 자라는 가지들도 아프지만 잘라내어야 건강하고 튼튼한 나무로 자랄 수 있단다.

가지치기는 너를 아프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주인의 진심 어린 기도란다."

# 사랑의 역설

남쪽에는 이제 봄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는 것이 식물이라고 하지요. 사람의 눈으로는 아직 언 땅으로 보이더라도 봄은 이미 땅 밑으로 보이지 않는 활동을 시작하고 있겠지요.

식물은 평균 기온이 대략 10℃ 아래로 떨어지면 스스로 생육을 멈추고 있다가 잎을 내고 꽃을 피울 때를 기다린다고 하는데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약 1개월간, 지금 이때가 가지치기의 적기라고 합니다.

가지치기는 나무가 아직 잠잘 때 해주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지요. 특이한 점은 병들고 부러진 가지뿐만 아니라 다른 가지들보다 잎이 더 많고 튼튼해 보이는 가지도 잘라주어야 한다고 하지요.

나무가 어제보다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주인의 조심스러운 사랑의 손길이 가지치기라고 하니 이 또한 인생의 아이러니이자 사랑의 역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그분의 손가락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 20)

“이것은 하느님의 손가락이 하신 일입니다.”(탈출 8,15.)

하느님의 손가락은 거룩함(탈출 31,18)과 심판(다니 5,5), 사랑(요한 8,6)과 권능(탈출 8,15), 법(신명 9,10)과 창조(시편 102,25)의 표상입니다.

하느님의 손가락은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는 능력과 사랑의 증거입니다. 구원사 안에서 다스리시고 섭리하시는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깨닫기 이전에 그 사랑을 믿어야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진심을 믿어야 받아들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지요. 믿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신앙의 법과 그 근원에 도달하게 되는데, 깨달음은 그 후의 내면적인 과정입니다.

부정적인 믿음과 부정적 의심은 알맹이 없는 열매를 맺게 되는데, 그는 아무것도 자기 안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으며, 그 어떤 앎도 무조건 거부하려 하는데 그 나무는 건강하지 못한 가지이며, 당연히 좋은 열매를 기대할 수가 없지요.

오늘 예수님께서 만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는데, 마귀가 나가자 말을 못 하는 이가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군중이 놀라워하였다.”(루카 11, 14.)

이때, “군중 가운데 몇 사람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말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15-16.)

부정적 믿음은 선입견과 편견으로 보아도 볼 수 없고, 들어도 들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굳게 닫은 마음의 문은 아무도 열 수 없습니다. 믿음이 없는 이들에게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요.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하고 관계(연줄)는 어떤 일도 기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지요.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루카 6,43-44)

이미 하느님의 나라는 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과 권능으로 지금-여기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사랑의 믿음으로, 이미 와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있기를. 그래서 어제보다 더 행복할 수 있기를. 그분의 마음은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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