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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Apr 27. 2021

소금단지

당신도 신입니다


# 사람들은 위대한 예술을 알아보지 못했다

2007년 1월 12일 아침.

정신없이 분주한 출근길, 더군다나 장소는 워싱턴 D.C.에서 가장 혼잡한 랑팡 지하철역.

청바지에 허름한 티셔츠 그리고 모자를 눌러쓴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 남자는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낸 후, 그 케이스에 1달러 지폐와 동전 몇 개를 놓고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연주는 총 45분 동안 이루어졌고, 총 6곡을 연주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그 남자가 연주하는 앞을 지난 사람은 수천 명, 아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27명만이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돈을 넣은 사람이었고, 1분 이상 멈춰서 연주를 들은 사람은 단 7명, 그중 한 명은 3살짜리 꼬마였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연주를 열심히 듣고 감동받은 한 명은 랑팡 지하철역 구두닦이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이올린을 연주한 사람은 바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Joshua Bell)이었습니다. 그는 2000년 머큐리 음악상을 시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음악상,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기악 독주자, 또 에버리 피셔상 등을 수상한 음악 천재였습니다.

그가 지하철역에서 들고 연주한 바이올린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3년 제작한 350만 달러, 한화 추정 48억 원짜리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그의 평소 개런티는 1분에 1000달러. 그의 공연을 보려면 수개월에서 1년 전부터 예약을 하고, 수천 달러의 티켓 값을 지불해야 하는 그가 무대를 벗어나 무려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길 위에 나섰지만, 그날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는 37달러 17센트가 들어있었습니다.

이 실험은 ‘워싱턴포스트’지가 기획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위대한 예술이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접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실험이었습니다.

결론은, “사람들은 위대한 예술을 알아보지 못했다.”였습니다. -참조: 최영옥 음악평론가-

그러고 보면 우리는 사실 들을 귀도 없고, 볼 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특히 사람을 보는 눈은 어찌도 그리 자기 마음대로인지.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지능도 우월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 과신의 오류

게리슨 케일러가 지어낸 가상의 마을 '워비곤 호수'에는 모두 평균 이상의 사람들이 살지요.

'여자는 모두 강인하고, 남자는 모두 잘 생겼으며, 아이들은 모두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아이는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좋습니다."

"착한 우리 애가 나쁜 친구를 만나 이렇게 된 거죠."

"저는 제대로 갔는데, 저 사람이 운전을 험하게 한 겁니다."

"저는 잘 못 한 게 없어요. 모두 세상 탓이에요."

‘위비건 호수 효과(The Lake Wobegon Effect)’. 또는 ‘우월성 환상’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자신이 평균보다 더 낫다고 믿는 ‘일반적인 오류’를 말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지요.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창조적이고 매력적이며, 성실하고 공정하다고 믿는 오류. 자신이 남들보다 평균 이상이며, 모든 면에서 타인보다 앞선다고 믿는 과신.

그것은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는 쉽게 망각하게 한다고 하지요. 어쩌면 나도 그런 과신의 오류, 우월성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정말 마음이 가난하고 낮은 사람인지.

-참조: 신용관, 조선pub-

# 그분은 누구인가?

요한복음을 '표징의 책'과 '영광의 책'으로 나눌 때, 오늘 말씀은 표징의 책이 끝나는 12장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믿지 못하고 믿지 않는 이들을 향해 간절함이 담긴 마음으로 말씀하셨을 테지요.)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다."(요한 12,44-45.)

이어서 당신의 신원을 밝히십니다.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를  번씩이나 강조하시면서 말이지요.

1.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46.)

2.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

“나는 심판하지 않는다. 누가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47.)

3. "나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친히 나에게 명령하셨기 때문이다.”(49절)

# 삼위일체이신 그리스도의 신성

"나는 그분의 명령이 영원한 생명임을 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하는 말이다.”(요한 12,50)

신성에 대한 우리의 착각은 판타지 소설과 과장된 SF영화를 너무 자주 본 탓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스도의 신성. 그 힘은 인간(타인) 보다 나약했습니다. 슈퍼맨처럼 강하거나 신화 속의 주인공처럼 마법을 쓰거나 강력한 화력의 무기로 인간을 위협하지 않으셨지요.

그리스도의 신성. 그 존재방식은 빛으로 오셨지만 결코 빛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어둠을 밝히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신성. 그 삶의 방식은 율법 위에 계셨지만 지배하려 하시거나 심판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자비를 베푸셨고 용서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신성. 그 관계 맺음은 스승이자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교만하시거나 자랑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인간(가난한 이)에게는 겸손하셨고 아버지께는 순명하셨습니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그리스도의 신성. 그 자기 초월과 부활은 아버지와 같으신 분이셨지만, 유령이나 신령스럽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극히 인간적이셨고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뛰어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신성. 그 언어는 인간의 언어였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이셨던 그분은 한 처음부터 아버지와 함께 계셨지만, 화려하거나 유창하거나 과장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복음을 선포하실 때, 그 말씀은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졌습니다.

# 당신도 신입니다.

"살아 계시는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나도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내 살을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요한 6,57.)

그리스도의 몸을 먹고 그 피를 마신 우리도 그분의 신성을 입었습니다. 그분의 신성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당신도 신입니다.

그분처럼 누군가에게로 가서 그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그렇게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면. 당신도 신입니다.

타고난 힘과 특별한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두려운 존재가 아닌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 수 있다면. 그래서 힘겨운 인생길에서 누군가에게 구원자로 기억될 수 있다면. 당신도 신입니다.

탁월한 언변과 지식으로 형제와 이웃을 심판하거나 매도하지 않고 용기와 사랑을 전해줄 수 있다면, 아름다운 노래로 다정한 말로 기쁨을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다면. 당신도 신입니다. 당신도 그리스도입니다. 당신도 구원자이자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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