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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Apr 29. 2021

소금단지

대공황


"나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싸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제4차 세계대전은 막대기와 돌을 들고 싸우게 될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거품이 걷히는 날

현금 빼고 모든 게 서민의 가슴을 치받고 오르고 있습니다. 식품, 필수품은 물론이고 원자재, 원유, 주식, 특히 부동산은 하늘을 뚫고 있습니다. 영끌현상은 진행 중이라고 하지요.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경제에 문외한인 저까지도 버블을 걱정할 정도입니다.

버블은 결핍된 욕구와 욕망을 대변하고 있지요. 이대로 가면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 같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소위 스스로 선한 엘리트들이라고 자처하는 이들마저 입을 틀어막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이상할 정도지만, 대공황의 전조현상. 폭풍전야라는 말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날이 오면. 98%의 서민이 버블 폭동으로 인해,  죽어갈 지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뱅크런(bank run)을 해도 문을 닫아걸고 미동조차 하지 않을 사람들이 아직 침묵하고 있고 경제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날이 오면. 선한 양들, 아무것도 모르고 상대적 상실감과 박탈감에 빚투하고 영끌한 이들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겠지요.

그날이 오면. 모든 손실을 서민들에게 떠넘긴 이들. 부동산 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차익을 챙겼던 이들은 더 많은 부를 소유하겠지요. 그리고 또 기회를 엿보겠지요. 거품이 제거되면 모든 재화를 싼 값에 다시 소유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 파멸로 가는 길

아이스 나인(Ice Nine)이라는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두려워합니다.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 Jr.)의 소설 '고양이 요람'에 등장하는 허구의 물질 '아이스 나인'은 물과 반응할 경우 주변의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가공할 물질입니다.

그 소설에서 한 과학자는 물 같지만 물과 두 가지가 다른 점이 있는 분자를 발명합니다. 소설 속의 이 분자는 실온에서 얼고, 수분과 접촉할 때마다 수분은 아이스 나인으로 변하여 얼어버립니다.

즉 소설 속의 아이스 나인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아이스 나인으로 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얼어붙게 하는데요.

허무맹랑한 이 이야기는 금융 감염에 대한 비유로 자주 사용됩니다.

은행이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셨나요? 그것도 한순간에 말이죠. 단 몇 분만에 세상의 모든 현금지급기 사용이 중단되고, 증권거래소도 폐쇄되고 주가는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됩니다.

사람들은 은행으로 달려가겠지요. 하지만 은행 문도 이미 닫혀 있습니다. 단기자금 경색에 자산운용사유가증권도 매도할 수 없습니다.

통장에 수백 수천만 원이 찍혀 있어도 현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으니. 통장 잔고는 진열장에 전시된 보석처럼 눈으로만 볼 수 있을 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스 나인 현상이 지속되면 화폐뿐만 아니라 금이나 보석들도 실물경제에서는 빵 한 조각보다 가치가 없습니다.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역사적으로 인류는 크게 작게 이런 현상을 겪어 왔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제 학자들은 곧 지금까지 겪었던 공황보다 더 큰 공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지요. 쉬쉬하면서.

# 너희는 알고 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요한 14,1-4.)

# 결핍의 길 위에서

세상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수도자들보다 더 잘 아시겠지요. 그런데도 거품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해야 할까요?

소수의 몇 명만 빼고 모두 파멸로 가고 이 길. 이 길이 정말 모두가 원하는 길일까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모두를 살리는 길이 분명 있겠지요. 그 길이 진리의 길입니다. 혼자가 아닌, 소수가 아닌, 모두 다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 생명의 길입니다.

그 길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입니다. 돌아오십시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분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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