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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l 18. 2021

소금단지

백설공주와 거울


# 백설공주와 거울


백설공주의 이야기에서 왕비는 날마다 거울을 보며 물어봅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나라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 거울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그야 왕비님이죠.”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이 청천벽력 같은 진실을 말합니다. “백설공주가 제일 예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우리의 생각은 진실을 부정하려 하지만, 진실은 자신을 아주 쉽게 속이는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속일 수가 없습니다.


진실은 진심에게 있는 그대로를 전달합니다. 거울처럼 사실을 보여주고 말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생각은 진실을 감출 수 있어도 떨리는 마음은 속일 수 없는가 봅니다.


# 생각과 진심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는 사실 30cm도 안됩니다. 그 '이해함'과 '깨달음'의 거리이지요.


이 거리가 어떤 이에게는 3년 동안 가야 할 거리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30년. 또 다른 이에게는 평생토록 가도 가도 도달할 수 없는 거리로 남겨지기도 하는 아주 멀고 먼 거리입니다.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이고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분께서 너에게 이미 말씀하셨다."(미카 6, 7b)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진심과 진심의 만남입니다. 진실한 사랑의 언어는 생각에서 나오지 않고 마음에서 우러나옵니다. 그래서 진실한 사랑은 떨림을 주고, 울림을 주고, 때론 슬픔을 주기도 하는가 봅니다.


# 요나(Jonah, Ιωνάς, יונה, 비둘기)의 표징


오늘도 자기 맘대로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말합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마태 12,38.)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시지요.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마태 12,39-40.)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표징(sign; σημειον(세메이온): ‘결정적인 놀라운 증거’)을 요구하는 이유는 “당신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언자가 맞습니까?”라는 물음과 같지요.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된 예언자, 혹은 메시아임을 보여달라는 말인데요.


하느님께서 친히 세상에 보내신 구세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신분증’ 같은 것을 보여 달라는 말입니다.


유다인들은 구약의 모세가 보였던 표징이나 엘리야의 표징을 기대했습니다. 즉 하늘에서 만나(탈출 16장)가 내리든지 하늘에서 불(1열왕 18, 36-37.)이 내리면, 당신이 메시아라는 것을 믿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미 성경에 기록된 대로 이들이 요구하는 표징보다 더 깊은 사랑의 표징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시고, 앉은뱅이를 걷게 하시고, 나병 환자를 낫게 하시고,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이 모두가 아버지께로부터 비롯된 표징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성경에 약속된 메시아이심을 보여주는 증거들입니다. 이 모두를 (총 37가지 중에 오늘 사건까지는 18가지 표징) 보고 들었으면서도 미숙한 어린이처럼 표징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속내가 금방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속내를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떠한 피조물도 감추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그분 눈에는 모든 것이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습니다.”(히브 4,12-13.)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루카 11, 29-30).


유다인들, 특히 유다 지도자들은 믿으려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믿지 않을 핑계를 찾으려고 표징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을 아직 못 보았고 듣지 못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시험하려 합니다.(루카 22,67.)


예수님의 사랑과 마음. 그분의 진심 진심으로 마음이 열려 있는 이들과 하나가 되고자 하십니다.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처럼 이미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 의심하려 들면 끝이 없지요. 부정하고 불평하는 자들에게 표징은 살아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심판하시지 않지만, 사람이 하느님의 빛을 외면하고 악한 일을 저지르며, 어둠 안에 머물면 스스로 심판을 자초(自招)하게 되지요. 악이 스스로를 심판하는 원리입니다.


"너희는 너희 손으로 만든 것들로 나를 진노케 하여 너희 스스로를 해쳤다."(예레 25,7.)


"불행하여라, 좋은 것을 나쁘다 하고 나쁜 것을 좋다 하는 자들! 어둠을 빛으로 만들고 빛을 어둠으로 만드는 자들! 쓴 것을 단 것으로 만들고 단 것을 쓴 것으로 만드는 자들!"(이사 5,20.)


# 요나 표징의 의미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요나의 표징은 요나 사건에서 드러난 외형적인 측면보다 더 깊은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요나는 고래 뱃속에 삼켜졌다가 사흘 만에 살아납니다. 고래 뱃속에서 죽었다가 살아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우리의 모든 죄 값을 치루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가 사흘 만에 죽음에서 부활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이 세대가 악한 세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은 당신의 뜻을 돌이키시는 분이시지요.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회개하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허물을 묻지 않으시는 분. 마음을 돌이켜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든지 사랑으로 응답하시는 분. 회개하는 이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가신 분이십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하느님 사랑의 가장 큰 표징입니다. 구원자의 표징이 진정한 요나 표징의 의미이지요.


니느웨 사람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믿었습니다. 구원의 복음을 믿었습니다. 하느님이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 그보다 더 큰 표징은 없습니다. 회개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은 언제든지 당신의 뜻을 돌이키는 사랑이라는 복음. 이보다 더 큰 표징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 16-17.)


요나의 표징 속에 담긴 하느님의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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