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동길 Jul 20. 2021

소금단지

자비라는 새로운 선악과


# 하느님의 자비[חָסִיד(케세드); ἔλεος(엘레오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양식을 비처럼 내려 줄 터이니, 백성은 날마다 나가서 그날 먹을 만큼 모아들이게 하여라.'"(탈출 16,4.)


엄밀히 말해서 ‘자비’라는 말은 하느님의 언어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피조물로 흘러넘치고 시작된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하느님의 언어입니다.


성경에서 ‘자비’라는 말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시는 하느님 의지인데요. 하느님의 사랑은 자연 발생적인 감정의 차원을 뛰어넘어 초월적이기에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자비 곧 ‘초월적 사랑’은 인간의 그 어떤 사랑보다도 드높은 사랑일 수밖에 없는데요(창세 32,11; 2역대 32,32; 이사 49,15).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 탈출, 즉 노예살이와 종의 삶으로부터 이끌어내신 하느님의 자비를 잊을 수 없는데요. 그분의 자비는 다시 그리스도를 통해 새로운 창조의 열매를 맺게 되지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새로운 창조 말입니다. 물론 구약의 창조와 신약의 창조는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되어야 하겠지만, 창조의 주인은 같은 하느님이시지요. 그리고 그  구원 열매는 하느님의 손 끝에서 열매 맺어왔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창조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세상모든 민족들에게로 확대됩니다. 모든 민족들맛나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 사랑, 그 구원의 보편성이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온 민족들에게 전달된 것이지요. 하느님 자비의 '초월성'과 '보편성'입니다. -차동엽, 홍승모, [말씀의 네트워크] 참조-


# 이미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의 비유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농사법은 사람의 그것과는 달라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하느님 나라’에 관한 비유를 묵상하다 보면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인간의 농사법과 다른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농사법은 땅을 차별하시거나 땅의 상태를 판단하지 않으시고 어디든지 씨앗을 뿌리신다는 것인데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확인하게 됩니다. ‘차별 없이’ 뿌리시는 사랑의 씨앗은 ‘길’에도 ‘돌밭’에도 그리고 ‘가시덤불 속’에도 ‘좋은 땅’에도 떨어집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아버지는 자녀들을 차별하는 일도 없고, 판단하지도 않으시며 당신의 자비를 베푸시어 사랑의 씨앗을 뿌리십니다. 우리처럼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더 좋은 땅만을 선택해서 씨앗을 뿌리지 않으시지요.


‘길똥’이나 ‘돌쇠’나 ‘투덜’이나 ‘만석’이나 모두가 당신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원수까지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는 제한적인 사랑이 아니기에 ‘조건’이 없으시며, ‘제외’ 하지도 않으십니다. 하느님 자비의 본질입니다.


# 인내[אָפַק(아파크)]와 기다림 [חָכָה(하카)]


‘하느님 나라’에서 하느님만의 독특한 농사법 중에 또 다른 특징은 끝없는 인내와 기다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비하시고 너그러우신 하느님은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넘치시기에(느헤 9,17; 시편 103,8). 그분의 기다림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시지요(하바 2,3; 스바 3,8).


자비하신 하느님의 사랑은 끝없이 인내하시고 기다려 주십니다. 뿌린 씨가 빨리 열매를 맺도록 다그치시지도 강제하지 않으십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잘라 내버리지 않습니다.


#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곡식이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는 밭이 있는가 하면 어떤 밭은 잡초만 무성한 밭, 황무지 밭, 자갈만 가득한 밭도 있습니다.


농작물의 수확량은 밭을 일구는 농부의 정성과 기도의 차이가 수확량의 차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은 인내하시고 기다려 주십니다. 그분의 본성입니다.


하지만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늘도 스스로 돕는 이를 돕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열매 중에 가장 귀한 열매는 자비라도 잊지 않기를.


오늘도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을 닮아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밭으로 우리의 삶이 변화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루카 6,36)


# 야곱의 축복


너는 담장 너머로 뻗은 나무 가지의 푸른 열매처럼 하느님의 귀한 축복이 삶에 가득히 넘쳐날 거야


너는 어떤 시련이 와도 능히 이겨낼 강한 팔이 있어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너와 언제나 함께 하시니


너는 하느님의 사람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람 나는 널 위해 기도하며 네 길을 축복할 거야 너는 하느님의 선물 사랑스런 하느님의 열매 주의 품에 꽃 피운 나무가 되어줘.

작가의 이전글 소금단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