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이유

by 진동길



똑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듣는 세상이 싫어져

무작정 떠나온 길


77번 바닷길 옆 창포마을

옛 광산 길을 따라 오르면

우체부도 잘 모르는 번지를 달고


누가 붙였는지도 모르는

풀향기라는 이름표가 붙은

무허가 건물이 있어


지인이 아파서 돌보지 못하는

빈집인 줄 알았지

버려진 집, 잊혀진 집인 줄 알았어


웬걸, 첫날밤부터

천정에서 누가 말을 걸어오는 거야

자다 깨서 '누구세요'라고 물었어


그날 새벽까지 우린

서로 다른 언어로

소유권 논쟁을 벌였지


마침내 내가 백보 양보를 하고

조용히 없는 듯 머물다 떠나겠다 했고

샛별이 떠오를 즈음 우린 휴전을 했지


다음날 나는, 아픈 지인에

소유권 분쟁에 대해 말을 꺼냈고

지인은 쥐약 한 봉지를 놓고 갔는데


하지만 그 후로도 계속

우린 서로 잠들 수 없었어

내가 약 대신 밥을 주었거든


서로 외로웠으니까

서로 갈 곳이 없었으니까

서로 막장 길을 가고 있었으니까


그도 그 밤에 별을 따고 있었던 게지

아님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있었거나

어쩌면 나처럼 별을 보며 혼자 뒤로 걷기를 했을 수도


외로웠을 테니까

갈 곳이 없었을 테니까

누군가 몹시 그리웠을 테니까


그래

나만 외로운 게 아닐 테지

나만 그리운 이가 있는 건 아닐 테지


오늘 밤에도 나는 그와

왜 저렇게 많은 별들과 이미 죽은 별마저

서로 다른 빛으로 그리워하는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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