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녹턴 ㅡ 달과 꽃

by 진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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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우리는

달이 뜨는 바다로 갔습니다.

수줍은 달의 미소를 보러 간 길이지요.


거기서 우리는 한참을

달맞이꽃이 피는 이유와 별들의 이야기를

태평양에서 사는 고래보다

작은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새벽이 되어 나는

별이 지는 이유를 물었고 당신은

떠나간 님의 웃음소리가 그리워

따라갔다고 말해주었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신은

맞잡은 손에 힘을 주며

벼랑 끝에 서둘러 핀, 희고 붉은 몇 송이

동백꽃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때 나는

땅 한 평 없는 한 어부와 그 아내의

비린내 나는 희망과 물거품 같은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때 나는

머물 곳 없이 떠도는 한 시인의

원고지를 바라보듯

벼랑 끝으로 내몰린 간절함과 기다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추운 날을 견뎌낸 사랑은 분명

붉고 또 하얀 꽃으로 다시 피어나겠지요라고

당신을 올려다보며 물었습니다.


오래 기다린 진실한 사랑의 영혼들은

지난밤 천왕성이 달과 만났던 것처럼

오늘 시들었다가 내일 다시 피는 동백꽃처럼

우리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당신을 올려다보며 다그쳐 물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벌써

침묵 속으로 가셨습니다.

달처럼, 별처럼, 그리고 전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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