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의 일기

약속

by 진동길






당신은

달 뜨지 않은 밤

쑥국새가 저토록 목 놓아 우는 이유를

아들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당신은 그날

별 빛이 그리워지는 밤

소쩍새가 잠들지 못하고 '솥적다'하는 이유도

웃으며 말해주셨습니다.


날 잊지 말아 달라고

나 여기 있다고


가랑잎이 찬 바람 앞에 뒹굴고 있습니다.

그해 여름 비바람을 견뎌낸 잎들이지만,

이제는 핏기 없이 일그러진 얼굴로 힘없이

다가올 찬 바람보다 먼저 바스락거립니다.


두렵다고

다시 이는 바람이 무섭다고


새 옷으로 바꿔 입은 첫날,

20년 전 약속을 떠올려 보지만

그이는 거울 속에서 기어이 당신을 봅니다.

바람 앞에 하얗게 질린 가랑잎 같았던 당신


하지만, 밤은 다시 새날을 맞이합니다.

가랑잎을 떨군 나무는 곧 새잎을 내겠지요.

약속을 잊지 않은 소쩍새는 또

둥지를 찾아 날아오를 겁니다.


아주 오래전 그 남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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