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고기 배 속에서

진홍가슴울새

by 진동길





머리부터 발끝까지 잿빛

붉은색은 손톱만큼도 없는

이름만 진홍가슴울새

가슴에 붉은 깃을 얻으려

먼 길을 나선다


어쩌면

울다 지친 가슴에 흐르는 눈물

가슴깃이 붉어질까

진홍가슴울새는

어미 무덤 앞에 엎드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울었다


어쩌면

저 하늘 노을이 지는 자리

그곳에 있을지 몰라

진홍가슴울새는

바다와 숲이 끝나는 길까지

깃털이 다 빠지도록 날아올랐다


어쩌면

불타는 사랑이라면

빈 가슴에도 붉은 물이 들겠지

진홍가슴울새는

온 밤을 꼬박 새워

사랑을 찾아다녔다


몇 개의 해가 뜨고 달이 떨어졌다

하지만 진홍가슴울새의 가슴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또 몇 밤이 지나고

진홍가슴울새는

둥지에서 떨어져 가시나무에 찔린

어린 개개비를 쓸어안고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울었다

제 새끼도 아닌 개개비


울지 마라 아가, 슬퍼마라 아가

어미는 널 버리지 않았단다

아비가 널 떠난 것도 아니란다

원망 마라 아가, 아파마라 아가

아무도 널 버리거나 떠나지 않았다


가슴에 붉은 깃을 얻으려

먼 길을 나섰던 진홍가슴울새

저도 가시에 찔린 줄 모르고

죽어가는 개개비를 끌어안고

가슴이 녹아내리도록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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