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단지

부활 - 막달라 마리아의 고백

by 진동길


우리는 본래 마음의 욕망을 따라 죄를 지으며 살았고, 이로 인해 본질상 진노의 자녀였습니다.


1 여러분도 전에는 잘못과 죄를 저질러 죽었던 사람입니다. 그 안에서 여러분은 한때 이 세상의 풍조에 따라, 공중을 다스리는 지배자, 곧 지금도 순종하지 않는 자들 안에서 작용하는 영을 따라 살았습니다. 우리도 다 한때 그들 가운데에서 우리 육의 욕망에 이끌려 살면서, 육과 감각이 원하는 것을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본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진노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바울로 옥중서간 에페 2,1-3)


그런데 이 마음 아픈 과거 이야기는 놀라운 반전을 이루어 계속되었습니다.


"4 그러나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잘못을 저질러 죽었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은총으로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에페 2장)


형제 여러분, 3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예수와 하나가 된 우리는 이미 예수와 함께 죽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4 과연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스러운 능력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생명을 얻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5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죽어서 그분과 하나가 되었으니 그리스도와 같이 다시 살아나서 또한 그분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 6 예전의 우리는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서 죄에 물든 육체는 죽어 버리고 이제는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7 이미 죽은 사람은 죄에서 해방된 것입니다.(로마 6, 3-7)




홍운탁월(洪雲托月)




묽은 먹물을 머금은 붓으로

하얀 화선지 위에

구름을 퍼뜨려서 님의 얼굴 떠올립니다


님의 얼굴 그리지만

나는 결코 님을 그리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님을 감싸고 있는 그리움으로

님의 얼굴 떠오르게 할 뿐입니다


님을 그리워하지만

님을 그리지 않는

내 하얀 마음은

다만, 이 밤 까만 눈물로

님이 머물 자리를 비워놓을 뿐입니다


내 안에 이미-존재하고 있는 그대여

그 그윽한 당신의 얼굴이

달무리처럼 내 마음 가운데에서 환하게

떠오르기를 기다립니다


당신을 그리워하지만

나는 결코 당신을 그리지 않으렵니다



그의 사랑의 방식 ‘이미’와 ‘아직’ 사이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 20-21)


한 걸음 뒤에서. ‘이미’와 ‘아직’ 사이를 봅니다. 그 떨리는 긴장으로 존재하시는 하느님의 나라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봅니다.


‘이미’ 시작된 하느님의 구원,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보듯. 그분의 사랑을 봅니다.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니’의 시간은 하느님을 기다리는 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시간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이 머무는 시선이자 기다림의 시간이지요.


하느님의 다스림. 하느님의 섭리. 화가이신 그분의 붓질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그렇지만 언제쯤 그분의 그림이 완성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분의 마음입니다. 사랑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요.


사랑하는 이의 고백과 같은 이 말. “‘이미’ 그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다려주시오.”


언젠가는 그 사랑 고백이 현실로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연인처럼. 그 기다림은 오랜 시간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진심을 알아채기까지 오래 기다렸듯이,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왜냐하면 이미 사랑을 고백을 해버린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사랑은 진행형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기다려봅니다. 그의 사랑이 온전히 다하는 날까지. 그는 지금도 우리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지만.(마태 22, 37) 그의 나라가 완성되는 날까지 기다려봅니다. 그의 그림이 완성되는 날까지.




부활: 지금 죽지 않으면 영원히 죽어야 하는 사건


부활은 지금 죽지 않으면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 사건입니다. 때문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자녀들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분(고난 받는 주님의 종)은 정녕 예언대로 고통받고 죽으셔야 했고 무덤에 묻히셔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6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그분과 함께 일으키시고 그분과 함께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7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호의로,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엄청나게 풍성한지를 앞으로 올 모든 시대에 보여 주려고 하셨습니다. (세례를 받은) 8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9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10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옥중서간 에페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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