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다른 이름
맹인과 코끼리
한 임금이 맹인 10여 명을 궁전에 초대했다. 그리고 맹인들에게 코끼를 만져보게 한 뒤, 이렇게 물어봤다.
"그대들이 만져본 것을 무엇이라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묻자 귀를 만져본 맹인은 그것이(코끼리) 부채와 같다고 했다. 상아를 만져본 이는 단무지 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리를 만져본 이는 절구와 비슷하다고 하였고, 등을 만져본 이는 침상과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배를 만져본 이는 큰 항아리와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꼬리를 만져본 이는 새끼줄과 같다고 했다.
이렇게 맹인들은 서로의 말이 다르자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고집을 부렸다. 서로의 논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급기야 언쟁은 극에 달했다.
서로가 틀렸다고 한다. 맹인들의 말대로라면 코끼리에 대해서 올바로 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말이 모두 틀린 말인가?
서로 사랑하시며 자기를 내어주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서로 사랑하시며 자기를 내어주시는 하느님. 그분의 사랑을 체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그 체험도 다양합니다. 교회와 공의회는 그들 모두가 틀렸다고 단정 짓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편 교회는 오랜 세월 신자들의 공적 계시와 사적 계시를 분명하게 하고 명확하게 식별하여 믿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가르쳐왔습니다. 이로써 신앙인들이 진리이시고 선이시며, 아름다우신 그 사랑을 올바로 이해하고 굳건하게 믿어 지키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보편 교회는 신비스럽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사랑.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그 사랑의 이름을 ‘삼위일체’라 하였습니다.
삼위일체(Trinitas)는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한 단어이면서 신의 사랑이 담긴 완전한 문장이지요. 한 단어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길고 긴 사랑의 고백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요한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