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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줍는 아이

2장. 시간을 바느질 하는 시계장수

by 진동길



별을 줍는 아이는 오래 걷지 않았다.
어느 방향으로든 그저 걷기만 해도 충분했던 밤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낡은 종소리 하나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소리는 마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린 시간의 숨소리 같았다.


들판 끝, 무너진 돌담 너머로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오두막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시계가 있었다.
길쭉한 것, 작고 둥근 것, 바늘이 아예 없는 것까지 다양했다.
그 한가운데서,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조용히 시계의 틈을 꿰매고 있었다.


“너는… 떨어진 별에서 온 아이구나.”
노인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요?”

“시간을 잊고 왔으니 그렇지. 이름도, 이유도, 상처도.
여기 있는 시계들은 그렇게 잊힌 시간들을 꿰매주기 위해 모여 있단다.”


아이의 시선이 노인의 손끝으로 향했다.
바늘과 실이 부서진 시계의 금 간 틈새를 한 땀 한 땀 잇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무너지기도 하고 찢기기도 하는 거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잊지. 그래서 언젠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마는 거야.”


아이는 자신의 망 속에 든 별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 조각은 시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빛나고 있었다.
조용하지만 깊은, 잃어버린 기도의 흔적 같았다.


“그 별 조각은 네 기억이자 기도야.”
노인은 바늘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하나뿐이라 모든 시간을 다 꿰매기엔 부족하겠지.”


“그럼, 저는 계속 별을 주우면 되는 건가요?”


노인은 잔잔히 미소 지었다.
“별을 주운다는 건 네 시간을 기억한다는 뜻이란다.
그게 바로 네 시간이고, 네 존재인 거야.”


그리고 노인은 아이에게 낡은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에 별을 담으렴.
다만 별을 담기 전에, 너 자신을 조금씩 꿰매는 걸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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