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슬픔에 물을 주는 정원사
별을 줍는 아이는 한참을 걷다가, 바람이 유독 조용한 언덕에 다다랐다.
언덕 너머로 작고 푸른 정원이 보였고, 그곳엔 이상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무성한 잎 대신, 투명한 물방울들이 가지마다 맺혀 있었다.
마치 울고 있는 듯한 식물들이었다.
정원의 한가운데, 검은 모자를 쓴 정원사가 물뿌리개를 들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걸음은 가볍지만 신중했고, 물을 줄 때마다 식물은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고개는 기쁨이라기보다, 이해받은 슬픔의 표정 같았다.
“이상해요. 식물들이 웃지 않아요.”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정원사는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웃는 게 전부는 아니란다. 어떤 감정은, 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워.”
“이 식물들은 뭐예요?”
“이건… 사람들이 심지 않았던 눈물들이야.
잊힌 울음, 감춰진 고통, 말하지 못한 그리움.
사람들이 뿌린 게 아니라, 묻어둔 감정들이 자라난 거지.”
아이는 망 안의 별 조각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그 빛은 오늘따라 조금 흐릿했다.
“그 별… 조금 무거워졌구나?”
정원사가 물었다.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안에 뭐가 차올라요.
근데… 어디에 놓을지를 모르겠어요.”
정원사는 아이를 정원 끝, 작은 흙바닥으로 데려갔다.
“여기에 심어보렴. 너의 감정을.
슬픔도 빛을 받아야 자랄 수 있단다.
물만 주면 돼. 도망치지 않고, 흘리지 않고, 그냥 물 주는 거야.”
아이는 조심스럽게 별 조각 옆에 마음을 내려놓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 고요한 외로움 같은 감정이었다.
그 위에 물을 주자, 작은 꽃이 하나 피어났다.
잎은 눈물 같았고, 중심은 조용히 빛났다.
슬픔이지만, 아름다웠다.
“이건… 제 거예요.”
아이가 속삭였다.
“그래. 이제 너는 슬픔을 안고 걷는 사람이야.
그래서 너는 더 많은 별을 담을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