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어둠을 껴안은 아이
길을 밝히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아이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푸른 들판도, 따스한 햇살도 닿지 않는
어둡고 깊은 골짜기였다.
그 골짜기에 이르자,
뿌연 안개가 사방을 뒤덮어
모든 소리를 삼켜 버리는 듯했다.
낮고 눅눅한 침묵이 맴도는 이곳은,
마치 오래된 상처 속에 갇힌 누군가의 마음 같았다.
아이가 잠시 걸음을 멈추려는 순간,
골짜기 깊은 곳에서
낮고도 어린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울음은
어린아이의 목소리처럼 가느다랐고,
동시에 오랜 슬픔을 머금은 목소리 같았다.
소리를 좇아 조심스레 골짜기 안쪽으로 다가가자,
좁은 틈새에 몸을 웅크린 또 하나의 ‘아이’가 보였다.
무릎을 꼭 껴안고 있는 그 아이의 눈빛은
초점 없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곁에는
빛을 거의 잃어버린 별 조각이
차가운 돌멩이처럼 굴러다녔다.
“괜찮아?”
낯선 골짜기에서도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네는 아이에게
어둠에 잠긴 아이는
대답 대신 작은 떨림만 보여줄 뿐이었다.
그러다 희미하게 들려온 한 문장—
“나… 별을 잃어버렸어.
처음엔 분명히 있었는데,
너무 오래 어둠에 있다 보니
다 꺼져버린 것 같아.”
별을 줍는 아이는
차분히 주머니를 열고
조심스럽게 별 조각 하나를 꺼냈다.
그건 어느 슬픈 밤,
자신이 스스로를 용서하려 애썼던 순간에
마음속에서 살아난 조각이기도 했다.
따뜻한 빛을 품은 그 작은 조각을
어둠 속 아이의 손 위에 살포시 올려주며 속삭였다.
“이건 내가 줄 수 있는 빛이야.
아주 작은 조각일지라도,
네가 별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도록
함께 품어줄게.”
그러자 어둠 속 아이의 손이
주저하듯 별 조각을 감쌌다.
처음엔 움찔했으나,
곧 뜨거운 숨결이 그 조각 주변을 휘감으며
희미하게 깜빡거리던 빛을
불꽃처럼 다시 살려냈다.
“... 이게, 내가 가지고 있던 별이었을까?”
어둠 속 아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눈에는 여전히 낯선 불안과 의심이 어른거렸지만,
작은 희망의 빛줄기 또한 스며 있었다.
별을 줍는 아이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네 별은 여전히 네 안에 있었어.
다만 누구도 네 어둠을 들여다봐 주지 않았기에
그 빛을 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 말에, 어둠 속 아이는 작게 물었다.
“그럼 너는… 누구야?
왜 내 어둠 속까지 찾아온 거지?”
이번에 별을 줍는 아이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네 별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다시 보여주러 온 아이야.”
그 한마디에, 어둠 속 아이는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
그 울음은 더 이상 외로움과 두려움만의 울음이 아니라,
안도와 회복을 향해 문을 여는 희망의 눈물이었다.
두 아이는 나란히 앉아,
안개 너머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구름 뒤에서, 작은 별 하나가
어렴풋이 깜박이고 있었다.
별을 줍는 아이는 직감했다.
저 별은 이제 혼자가 아니라,
빛을 나누어 받은 이와 함께 빛나는 새로운 징표라는 것을.
바로 그때,
주머니 속에서 조용하던 나침반이
가볍게 떨리며 또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이번 길은 훨씬 더 멀고 험난해 보였지만,
아이의 마음엔 흔들림이 없었다.
“별을 나눈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어둠 속에
내 작은 빛 하나를 놓아주는 일이구나.”
그렇게 별을 줍는 아이는
다시금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이제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가슴속에는
누군가의 별을 새로이 불태워 준 기억이
또 하나의 따뜻한 빛으로 자리했다.
그 빛이야말로
골짜기의 어둠 속에 남아 있을
다른 누군가까지도 비추어줄
새로운 희망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