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당신의 나라가 오시기를 - 그 거룩한 희망
기도는 인간의 가장 깊은 희망을 하느님께 올려드리는 신성한 고백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두 번째 청원인 “나라가 오시며”는 바로 이러한 희망을 가장 간절히 표현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전 생애와 가르침의 중심 주제였던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신앙의 궁극적 목적이자 가장 큰 열망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예수님의 복음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내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시며 그 나라의 도래를 알리셨습니다(마르 1,15). 그러나 동시에 하느님의 나라는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는 "이미" 왔지만 "아직" 충만히 이루어지지 않은 신비 속에 존재합니다. 바로 이 긴장 속에서 우리는 매일 이 기도를 드리며,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충만히 현존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이 청원은 종말론적이며 메시아적인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초기 교회의 신자들이 “마라나 타(주여 오소서)”라고 외쳤던 것처럼, 우리도 이 기도를 통해 주님의 재림과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가 간구하는 이 나라는 죄와 죽음, 모든 악의 세력이 종식되고 하느님의 통치가 완전히 구현되는 그날을 가리킵니다. 이 청원을 바칠 때, 우리는 미래의 완성을 바라보며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습니다.
동시에 이 청원은 현재적이고 내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합니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우리 안에, 우리의 심령 속에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가 드리는 이 기도는 바로 우리 안에 그 나라가 더욱 깊이 자리 잡고 확장되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의 삶과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께서 왕으로 다스리시며 그분의 사랑과 정의, 평화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청원은 실천적이며 선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이 세상에 현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정의롭고 사랑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조와 관계 안에서 실현되도록 헌신해야 합니다.
교회는 바로 이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며, 이 땅에서 하느님의 통치를 증거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나라가 오시며"라는 기도는 곧 교회가 더욱 성숙하여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도록 도와달라는 간구입니다. 이 청원을 통해 우리는 교회의 선교적 책임을 다시금 깨닫고, 온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확장되기를 기도하며 협력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청원은 우리 삶의 모든 희망이 오직 하느님께 있음을 고백하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고통과 불의 앞에서 무력하지만, 하느님의 나라가 온전히 임하면 모든 고통과 악은 사라질 것입니다. 이 청원을 드릴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의 주권적 통치를 인정하고, 세상에 만연한 악과 고통을 하느님의 능력으로 극복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나라가 오시며”라는 이 간절한 청원은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뜻과 통치 아래 온전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희망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통해 우리는 종말의 영광스러운 날을 바라보며, 오늘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통치를 더욱 깊이 받아들이고 실천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삶과 세상에 충만히 임할 때까지, 우리는 이 거룩한 소망을 품고 끊임없이 기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