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和諍)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불교-가톨릭 대화

by 진동길
1962년 10월 로마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


불교와 가톨릭교회는 오랜 역사 속에서 때로는 갈등과 오해의 관계를, 때로는 협력과 상호 존중의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계기로 이 두 위대한 종교 전통 간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비로소 공식적으로 불교를 비롯한 타 종교의 영적 가치를 인정하며 적극적인 대화와 협력의 문을 열었습니다.


본 글에서는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가 발표한 공식 문헌과 선언을 살펴보고, 불교와의 대화에 기여한 현대 신학자들의 사상을 분석하여 불교-가톨릭 간 대화의 현재와 미래 가능성을 조망하고자 합니다.




1장 불교와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대화와 그 의의


1.1 종교 간 대화의 역사적 배경


불교와 가톨릭교회는 긴 역사 동안 다양한 형태로 만나왔습니다. 과거에는 서로를 이교도로 바라보며 갈등하기도 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였습니다. 특히 20세기 초중반부터 본격적인 종교 간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두 종교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1.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불교와의 만남


1962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개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가톨릭교회의 세계관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이 공의회에서 발표된 「비(非)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Nostra Aetate)」은 불교를 포함한 여러 종교의 진리와 거룩함을 존중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습니다. 이 선언에서는 불교가 “이 무상한 세계의 근본적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깊은 신심과 노력으로 완전한 해탈이나 궁극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종교적 노력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가톨릭교회는 불교의 가르침이 지닌 진리의 광채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선포 사명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¹.


공의회 이후 교황 바오로 6세는 1964년 교황청에 ‘비그리스도교 신자들과의 대화’를 전담하는 교황청 종교 간 대화 평의회를 설립하여, 제도적 대화 창구를 마련하였습니다². 이후 가톨릭교회는 매년 부처님 오신 날(베삭)에 불자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198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관한 아시시 세계 평화 기도 모임에서는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불교 대표자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공동 기도를 드리는 등 실천적 협력을 지속하였습니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구세주의 사명(Redemptoris Missio, 1990)」에서 “교회는 기꺼이 불교 등 타종교의 진실하고 거룩한 것을 인정한다”고 천명하면서도, “다른 종교 신봉자들도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아 구원받을 수 있다”는 포괄주의적 입장을 제시하였습니다³. 이는 타종교를 존중하면서도 복음 선포의 사명을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태도를 나타냅니다.


1.3 현대 신학자들의 종교 간 대화에 대한 기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방적인 입장을 계승하여, 한스 큉(Hans Küng), 존 힉(John Hick), 라이문도 판니카르(Raimon Panikkar)와 같은 현대 신학자들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한스 큉은 “종교 간 대화 없이는 세계 평화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하며 보편 윤리를 통한 종교 간 협력을 촉진했습니다. 존 힉은 다양한 종교들이 각기 다른 형태로 궁극적 실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다원주의적 관점을 제시하여, 종교 간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였습니다. 라이문도 판니카르는 불교와 힌두교, 그리스도교의 영적 전통을 아우르며 내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각 종교 간 깊은 영적 교류를 촉진하였습니다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의 공식 문헌과 현대 신학자들의 기여는 불교와 가톨릭 간 대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공의회를 통해 불교를 존중하고 진정한 대화의 기반을 마련한 가톨릭교회는 현대 신학자들의 심도 있는 연구와 실천적 노력 덕분에 더욱 풍요로운 종교 간 협력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두 종교가 공동의 윤리적·영적 목표를 위해 손잡고 나아갈 때, 종교 간 대화는 단지 이론적 이해를 넘어 실제적인 협력과 평화의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현대 사회에 화합과 희망을 선사할 귀중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¹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비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Nostra Aetate)』 제2항.

²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 공식 홈페이지 참조.

³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구세주의 사명(Redemptoris Missio)』, 1990.

⁴ 한스 큉, 『세계 윤리』; 존 힉, 『종교의 해석』; 라이문도 판니카르, 『침묵의 하느님: 부처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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