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애벌레 릴리의 꿈

by 진동길



깊고 푸른 숲 속에,

수많은 애벌레들이 모여 사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의 잎사귀들은 애벌레들의 세상이었고, 그들은 오직 위로, 더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삶의 목표인 듯 보였습니다.


릴리라는 이름의 작은 애벌레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릴리는 다른 애벌레들처럼 잎사귀를 갉아먹으며 끝없이 위로 향하는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서로를 밟고, 밀쳐내며 기어 올라갔습니다. 어떤 애벌레는 지쳐 떨어져 나갔고, 어떤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에게 깔려버리기도 했습니다. 릴리는 늘 불안했습니다.


“저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모두가 저렇게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이유가 뭘까? 하지만 누구도 그 질문에 답해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위로! 더 위로!"라는 외침만이 릴리의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어느 날, 릴리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애벌레를 발견했습니다. 몸집이 크고 힘세 보이는 애벌레였는데, 그는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않고 나뭇가지 한가운데서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릴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왜 올라가지 않으세요?" 릴리가 물었습니다.


덩치 큰 애벌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무리 올라가 봐야 똑같아. 저 위에도, 더 위에도 아무것도 없어. 그저 더 많은 애벌레들이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끝없는 행렬일 뿐이야."


릴리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믿었던 삶의 목적이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다른 곳에서 홀로 움직이는 작은 애벌레를 보았습니다. 그는 위로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나뭇가지의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있었습니다. 릴리는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무엇을 찾고 계세요?" 릴리가 물었습니다.


작은 애벌레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 자신을 찾고 있어. 이 나무에는 위로 올라가는 길만 있는 게 아니야. 옆으로, 아래로, 모든 방향에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릴리는 그의 말에 이끌렸습니다. 릴리는 처음으로 무리에서 벗어나 나뭇가지의 새로운 길을 탐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홀로 낯선 길을 가는 것이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릴리는 곧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들을 보았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잎사귀들의 속삭임을 들었습니다.


릴리는 자신의 내면에서 점점 더 강해지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더 이상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성장은 위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을요.


릴리는 단단한 고치 속에 들어가 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눈부신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어 고치 밖으로 나왔습니다.


릴리는 더 이상 다른 애벌레들과 경쟁하지 않았습니다. 릴리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숲 속의 모든 아름다움을 만끽했습니다.


때때로, 릴리는 여전히 위로 향하는 애벌레들의 행렬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진정한 희망은 저 나무 위에 있는 것이 아니야. 너의 안에, 그리고 네 주변의 세상 속에 숨겨져 있어.' 릴리는 다른 애벌레들도 언젠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라며, 넓은 세상 속으로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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