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바닷새와 빙산

by 진동길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에 따르면 빙산의 수면 위 부분은 전체 크기의 약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90%는 물속에 감춰져 있다고 합니다.




어느 바다 끝, 깊고 차가운 물 위에 한 덩이의 커다란 빙산이 떠 있었습니다. 그 얼음 위에는 작은 바닷새 한 마리가 살고 있었지요. 이름은 시올.


시올은 언제나 빙산 꼭대기에 올라 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바다를 내려다보곤 했습니다.


“참 이상해. 이렇게 무거운 얼음이 어떻게 물 위에 떠 있을까?”


시올은 늘 궁금했습니다. 바닷새라지만 깊은 바닷속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어느 날, 지나가던 고래 한 마리가 빙산 곁을 유유히 지나가다 시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는 저 아래를 본 적 있니?”


시올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빙산은 위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다.

네가 서 있는 이 꼭대기 아래엔 훨씬 더 큰 몸이 바닷속에 잠겨 있어. 그 보이지 않는 부분 덕분에 빙산은 떠 있고, 움직이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거지.”


시올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습니다.


“정말이에요? 난 꼭대기만이 전부라 생각했어요.”


고래는 깊은 바닷속으로 몸을 기울이며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야. 바람처럼, 물살처럼, 바닷속의 얼음덩이처럼 말이야. 그리고 언젠가 너도 깨닫게 될 거야. 그 모든 보이지 않는 것들 뒤에는 우리를 붙들어주는 더 큰 힘이 있다는 걸.”


그날 밤, 시올은 빙산 꼭대기에서 달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깊은 물살이 빙산을 어디론가 천천히 이끌고 있었습니다. 시올은 이제 알았습니다.


자신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발밑의 단단한 얼음만이 아니라, 그 얼음을 품고 있는 바닷물, 그리고 그 바닷물마저 감싸 안아주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가장 큰 힘의 근원이 있다는 것을.


시올은 작은 날개로 바람을 가르며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그래, 그것은 분명… 사랑일 거야.”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우리를 붙잡아 줍니다.


그 힘은 다름 아닌 사랑이고, 그 사랑의 근원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도, 바닷속 깊이 잠긴 빙산처럼

그 사랑 안에 깊이 잠겨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차가운 세상에서도 당신이 결코 가라앉지 않는 이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날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의 사랑이 오늘도 당신을 끝까지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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