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쓰레기 바구니를 든 곰 베리

by 진동길



깊은 숲속,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솔길을 따라

커다란 곰 베리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베리의 하루는 언제나 숲길을 정성껏 쓸고,

만나는 모든 이에게 따뜻하게 인사하는 일로 시작되었지요.


어느 날 아침, 숲이 고요함에 잠길 무렵

까마귀 한 마리가 깃을 퍼덕이며 베리 앞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순간, 까마귀는 베리가 막 치운 길 위에

과일 껍질을 와르르 쏟아버렸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여기 청소질이야!

아무리 쓸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아!”

까마귀는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베리는 한순간 멈추어 까마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고요하게,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까마귀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숲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던 고슴도치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베리, 넌 왜 화도 안 내?

언제나 그렇게 친절할 수 있는 거야?”


베리는 쓰레기 바구니를 살짝 들어 보이며 답했습니다.


“숲에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쓰레기를 한가득 쌓아두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

실망, 분노, 질투, 슬픔…

이런 감정들이 마음 한쪽 구석에서 자꾸만 쌓이다 보면

어딘가에 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지.

가끔 그 쓰레기가 내게 날아올 때도 있어.”


고슴도치는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


베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의 쓰레기를 던져도

난 그걸 받아 품지 않아.

그저, 그 자리에 내려놓고

내 마음을 다시 맑게 청소하지.

세상을 바꾸는 건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작은 일,

나머지는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단다.”


그날 이후, 숲속 친구들은

까마귀의 짜증도, 다람쥐의 투정도

더 이상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의 쓰레기가 자신에게 날아올 때마다

깨끗한 숲길처럼,

자기 마음을 자주자주 정성껏 청소하기 시작했지요.




우리의 마음도 숲길처럼 자주 쓸고 닦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상처, 세상의 불평, 내 마음의 어둠이 쌓이더라도

그것에 머물지 말고,

베리처럼 따뜻한 미소로 한 번 흔들어 털어내고

다시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세요.


삶을 바꾸는 건 10%의 상황과

90%의 내 태도임을,

오늘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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