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흙의 아들

8장 두 번째 탯줄

by 진동길

8장 두 번째 탯줄


1977년의 봄은 해원천 진흙탕 속에서부터 꾸역꾸역 밀려왔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며 내뱉는 숨결은 비릿했고, 산자락 생강나무 꽃은 노란 독기처럼 피어올랐다. 해원장 뒤란 감나무에도 연둣빛 새순이 돋았으나, 그 싱싱함은 오히려 이 집안의 묵은 음습함을 더 또렷하게 드러내었다. 새것은 늘 그렇게—낡음을 도드라지게 하는 법이었다.

새해가 밝았으나 해원장에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
다만 안채 쪽에서 아침마다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속을 비우는 소리. 구역질이 끓어올라 목구멍을 밀고 나오는 소리. 소피아 김의 소리였다.

새벽이면 그녀는 부엌 뒤 우물가로 달려갔다.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입을 막았다. 막돌이 어멈이 등을 쓸어주고 물을 떠다 주어도 구역질은 쉽게 멎지 않았다. 토할 때마다 소피아는 꼭 한 번씩 숨을 고르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입술을 닦았다. 티를 내지 않으려는 버릇이 몸에 박혀 있었다.

티가 나면, 집안은 그 티를 말로 바꿨다.
말은 값이 되었고, 값은 사람 등을 때리는 채찍이 되었다.
소피아는 그 사슬을, 타지에서 이미 배운 여자였다.

“마님… 혹시…”
막돌이 어멈이 조심스레 물었다.

소피아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그 한마디에 막돌이 어멈 얼굴이 환해졌다가, 금세 복잡한 빛으로 굳었다. 새 생명은 축복이었으나, 이 집에서 생명이란 축복보다 먼저 ‘대’가 되고 ‘소유’가 되는 것이었다.

“나으리한테 말씀드려야 됩니까?”
“아직… 아직은요.”

소피아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그 남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 희망을 주는 순간 희망은 명령이 되어 돌아올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명령이 시작되면 사람 마음은 더 빨리 닫히고, 닫힌 마음은 다시 열리기 어렵다. 소피아는 지금, 열리기보다는 버티는 쪽을 택해야 했다.

기백은 그 구역질 소리를 들었다. 안채 마루 끝에 앉아 부엌 쪽을 오래 바라보았다. 여섯 살 아이에게 ‘임신’이라는 말의 뜻은 멀었으나, 집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만큼은 알았다. 막돌이 어멈의 손길이 달랐고, 소피아를 대하는 최태국의 태도도—아주 조금씩—달라졌다. 아주 조금씩이라는 말이 더 무서운 변화였다. 이 집은 늘 그렇게, 소리 없이 바뀌었다.

“뭔가 온다…”

기백은 감나무 아래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엄마가 떠난 뒤 비어 있던 자리를, 다른 것이 채우러 온다. 아이는 그 ‘다른 것’이 두려웠다. 두려움은 말로 나오지 않고, 주먹으로 나왔다. 기백은 감나무 둥치를 한 번 쳤다. 작디작은 주먹이 나무껍질에 닿자 손등이 벌겋게 일어났다. 아이는 손을 움켜쥐었다. 아픈 걸 확인하듯, 그리고 그 아픔으로 마음을 붙잡듯. 이 집에서는 그런 식으로라도 버텨야 했다.




입춘이 지나고 보름쯤 뒤, 산파 박 씨가 다시 해원장을 찾았다. 막돌이 어멈이 급히 불러온 것이었다.

“마님이 몸이 안 좋으십니더.”

산파는 들어오며 이미 짐작했다. 구역질, 입맛 없음, 쉽게 꺼지는 기운—그건 새 생명이 뿌리를 내릴 때 흔히 보이는 신호였다. 안채에 들어서자 소피아가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얼굴은 핏기가 없고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산파는 소피아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달쯤 됐네예.”

소피아의 눈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확실해요?”
“확실하다카이. 내 손이 거짓말 안 합니더.”

막돌이 어멈이 손뼉을 쳤다.
“아이고메, 경사입니더! 경사!”

그러나 소피아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오래 말이 없었다. 산파는 그 침묵이 뭘 뜻하는지 알았다. 이 여자에게 임신은 기쁨이 아니라 또 하나의 무게였다. 무게가 하나 더 얹히면 사람은 기뻐하기 전에 먼저—버틸 자리를 찾는다.

“마님, 첫 석 달이 고비라카이. 몸조리 잘 하이소.”
“…알겠습니다.”

산파가 밖으로 나오자 최태국이 마당을 서성이다가 다가왔다. 담배 연기가 바람을 타고 얇게 찢어졌다. 그 얇은 연기 사이로 사내 눈빛이 번들거렸다.

“어째입니꺼?”
“축하드립니더, 나으리. 마님이 아기를 가지셨습니더.”

최태국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담배를 땅에 비비며 크게 웃었다.

“하! 허허허. 밑천이야 많을 수록 좋제. 암!”

그 웃음 속엔 아이의 숨결이 없었다. 오직 자기 성(姓)의 끈만 있었다. 산파는 그 끈이 사람 목에 걸리면 얼마나 조이는지, 오래 봐온 사람이었다.

“나으리, 마님 음식도 가려 드리고, 무거운 거 못 들게 하시고…”
“알았소, 알았어. 니는 가끔 와서 살펴보이소. 돈은 넉넉히 줄 낀께.”

그는 그렇게 말하고 안채로 들어갔다. 산파는 한숨을 쉬었다. 이 집에서 아이는 사람이 아니라, 대를 잇는 물건으로 먼저 불렸다.

뒤란에서 기백이 나무 뒤에 숨어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아기를 가졌다’는 말이 귀에 박혔다. 뜻을 다 알지 못했으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게 위로인지 위협인지, 아이는 아직 몰랐다. 다만 가슴 속 어딘가가, 아주 오래된 문고리처럼 삐걱거렸다.




봄이 왔다. 매화가 피고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피었다. 들녘에는 보리가 파랗게 자랐고, 해원천 물은 봄비에 불어 소리를 높였다.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었다.

소피아의 배도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 그다음에는 눈에 띄게. 치마가 맞지 않게 되었다. 막돌이 어멈이 허리끈을 느슨하게 묶어주고 저고리를 헐렁하게 지어 입혔다.

소피아는 마당을 천천히 걸었다. 배를 감싸 쥐고, 조심조심. 봄볕은 따뜻했으나 따뜻함이 사람을 살리는 일은 늘 잠깐이었다. 감나무는 새순을 틀었고, 뒤란에는 제비가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 새는 제 집을 찾아오는데, 사람은 제 마음을 찾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마님, 앉으이소. 서 있으면 다리 붓습니더.”

막돌이 어멈이 마루에 방석을 깔아주었다. 소피아가 앉자, 기백이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요즘 소피아를 관찰했다. 배가 커지는 것, 걸음이 느려지는 것, 가끔 배를 쓸어내리는 손길. 그 손길이—자기 엄마가 자기를 쓸어주던 손길과 비슷했다.

기백은 그게 싫었다.
비슷함은 닮음이 아니라, 빼앗김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기백아.”

소피아가 불렀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리 와 봐.”

기백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다가갔다. 소피아는 아이 손을 잡고 자기 배 위에 올려놓았다. 손이 닿자 그녀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조심해서였다. 조심함은 이 여자의 신앙 같았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그러나 늘 다치게 되어버리는—습관.

“여기… 아기가 있어.”

기백은 손끝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느꼈다. 따뜻했다. 그리고 그 안쪽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움직임이 스쳤다. 마치 물고기 꼬리가 물속을 한 번 치고 지나가듯.

“움직여?”
“응. 아기가… 살아 있어.”

기백은 손을 떼려 했으나, 소피아가 손을 꼭 잡았다.

“기백아, 이 아기는… 네 동생이 될 거야.”
“…동생?”
“응. 네가… 형이 되는 거야.”

기백은 ‘형’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았다. 자기 혼자가 아니게 된다는 것. 그건 아이에게 달콤하기도 하고, 칼같이 서늘하기도 했다.

“싫어.”

기백이 손을 뿌리쳤다.

소피아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 굳었으나, 그녀는 그 굳음을 오래 붙들지 못했다. 붙들면 티가 나고, 티는 곧 값이 된다. 그녀는 티 대신 숨을 골랐다.

“왜?”
“엄마 아닌 사람이… 낳은 동생이니까.”

그 말은 칼처럼 소피아의 가슴을 찔렀다. 아이는 돌아서서 뒤란으로 가버렸다. 소피아는 배를 감싸 쥐고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울지 않으려는 사람의 침묵이 오래 갔다. 울음도, 기도도—누가 들으면 값이 될까 봐.

막돌이 어멈이 다가왔다.

“마님, 도련님은… 시간이 필요합니더.”
“…저도 알아요.”
“마님이 낳으시면… 그때는 도련님도 마음을 열 낍니더.”

소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집에서 마음이란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열리더라도, 다시 닫히는 일은 더 쉽다는 것을.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산기가 시작된 것은 밤 열 시쯤이었다. 진통이 밀려왔고, 막돌이 어멈이 허겁지겁 산파 박 씨를 불러왔다.

산파가 도착했을 때 소피아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산파는 손을 씻고 배를 짚었다.

“아직 멀었네예. 숨부터 고르이소.”

진통은 밤새 계속되었다. 소피아는 이불을 움켜쥐고 신음을 삼켰다. 울음은 티가 되고, 티는 말이 되고, 말은 값이 된다—그 오래된 습관이 여기서도 먼저였다. 그녀는 신음 끝에 낮게 기도를 흘렸다. 길지 않았다. 길게 하면 또 누가 듣는다. 듣는 순간 기도도 값이 된다.

“마님, 지금이라! 힘 주이소!”

동 트기 직전, 산파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르며 울렸다. 소피아는 남은 힘을 다해 밀어냈다. 몸이 찢어지는 듯했으나, 찢어진 틈으로 무언가가 나오려 한다는 걸 그녀는 알았다. 그건 고통이 아니라—살아 있는 것의 길이었다.

“응애—!”

아기의 울음이 방 안을 채웠다. 산파가 탯줄을 끊고 아이를 닦았다.

“사내아입니더! 건강한 사내아!”

막돌이 어멈이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산파가 아이를 소피아 품에 안겼다.

“축하드립니더, 마님.”

소피아는 아이를 내려다봤다. 작고 붉은 얼굴, 꼭 쥔 주먹. 주먹이 너무 작아 오히려 서늘했다. 서늘함은 이 집에서 ‘살아남는 법’을 먼저 가르쳤다. 그럼에도 소피아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눈물이 흘렀다. 해원장에 와서 처음으로, 정말로—자기 편이 하나 생겼다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편이 생기면 그제야 울 수 있다. 울어도 무너지지 않아서.

그날 최태국이 이름을 지었다.

“최이현. 崔理賢이라 카이소.
理—다스릴 리. 賢—어질 현.
이치를 알고 어진 사람. 똑똑한 자식이 되라는 뜻이제.”

말은 그럴듯했다. 그러나 소피아는 알았다. 이 집에서 ‘이치’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기보다, 사람 위에 먼저 덮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녀는 아이 이마에 입을 맞추고 속으로 짧게 기도했다.

“이 아이가 똑똑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아는 사람이게 해 주세요.”

그 기도는 소피아의 소원이자 약속이었다.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다짐이었다.




이현이는 울음이 많았다. 밤낮 가리지 않고 울었다. 배고파도 울고 기저귀가 젖어도 울고, 이유 없이도 울었다. 소피아는 밤마다 아이를 안고 안채를 오갔다. 막돌이 어멈이 도왔으나, 젖은 소피아만 줄 수 있었다.

젖을 물리며 소피아는 가끔 멍해졌다. 멍해지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서늘한 구멍이 올라왔다. 그녀는 그 구멍을 기도로 덮었다. 기도는 이 여자의 천 조각 같았다. 찢어진 곳을 기워 붙이는.

기백은 동생 울음소리에 잠들지 못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울음, 소피아의 달래는 소리. 기백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그래도 소리는 들어왔다. 소리는 막아도, 질투는 더 잘 들어왔다.

낮이면 소피아가 이현을 안고 마당을 거닐었다. 아이는 햇볕을 받으며 눈을 감았고, 소피아는 아이에게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영어였다. 그 노래는 집안 사람들에게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었으나, 소피아에게는—자기 숨이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타지에서 버틴 사람은 가끔 자기 숨을 확인해야 했다.

기백은 멀리서 그 광경을 보았다. 소피아의 얼굴은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이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떠올리면 가슴이 더 뜨거워졌다. 뜨거움은 오래가면 화가 되고, 화는 다시 주먹이 된다. 기백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가 했다.

어느 날, 기백이 안채로 들어갔다. 소피아가 이현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기백은 문턱에 섰다. 문턱은 이 집에서 마음의 경계였다. 넘느냐 마느냐—그것이 늘 먼저였다.

“…보고 싶었어?”

소피아가 물었다. 기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였으나 그 끄덕임은 ‘보고 싶다’보다 ‘확인하러 왔다’에 가까웠다.

“이리 와. 동생 얼굴 봐.”

기백이 다가가 이현을 내려다봤다. 아기는 젖을 빨며 눈을 감고 있었다. 작은 손이 소피아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 움켜쥠이 너무 단단해서, 기백은 괜히 화가 났다. 마치 누가 먼저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작네.”
“응. 아직 작아. 너도 이렇게 작았어.”
“거짓말.”
“진짜야. 사람은 다 작게 태어나.”

기백은 한참을 동생을 바라봤다. 미움과 궁금함이 뒤섞였다. 그러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만져봐도 돼?”

소피아는 놀랐다. 기백이 처음으로 허락을 구했다. 이 집에서는 대개 허락이 아니라 명령이 먼저였으니까.

“응. 조심조심.”

기백이 손을 뻗어 이현의 손을 만졌다. 아기의 손이 반사적으로 기백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기백은 놀라 손을 빼려 했으나, 소피아가 낮게 말했다.

“안 놔주네. 너 형이라는 거 아나 보다.”
“…정말?”
“응. 동생은 형을 알아.”

기백은 그 작은 손의 힘을 느꼈다. 약하지만 단단한 힘. 그 순간 아이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자기가 누군가에게 ‘밀려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생각은 따뜻했으나, 따뜻함은 여기서 늘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래서 더 소중했다.




그렇게 두 해가 흘렀다.

1979년 10월, 해원천 물이 맑아지고 갈대가 서걱거리기 시작한 때였다. 이현은 이제 울음 대신 오래 ‘쳐다보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사람 얼굴보다도 종이 위의 글씨를, 글씨보다도 숫자를 오래 보았다. 최태국이 서류를 펼쳐놓으면 이현은 기어가다 말고 그 종이 앞에 멈췄다. 마치 거기서 무슨 소리를 듣기라도 하는 듯이.

최태국은 웃었다.

“봐라. 이 자식, 눈빛이 다르제.”

소피아는 웃지 못했다. 아이의 눈빛이 다르다는 말이 이 집에서 대개 어떤 뜻으로 쓰이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다르다’는 칭찬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도구가 될 징조가 되기도 했다.

그날 밤 소피아는 이현을 안고 창가에 섰다. 창밖 감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렸다. 가지 끝이 어둠을 긁었다. 그녀는 아주 짧게 기도했다. 길지 않았다. 길게 하면 또 누가 듣는다. 듣는 순간, 기도도 말이 되고 값이 될까 봐.

‘이 아이가 이치만 배우지 말고, 마음도 배우게 해 주세요.’

기도가 끝나자, 아이가 잠결에 소피아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작은 손이었으나 놓지 않으려는 힘이 있었다. 소피아는 그 힘을 느끼며, 문득 생각했다.

두 번째 탯줄은 끊긴 게 아니었다.
탯줄은 모태에서만 이어지는 줄이 아니라, 어떤 집에서는—살아남기 위해 사람과 사람을 묶는 줄이기도 했다.

해원장의 뼛속으로, 조용히—새 줄 하나가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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